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고, 말하고, 쓴 이야기
아이와 함께 『책 읽거나 먹거나』를 읽던 날이었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먹는 거라는 말이,
아이에게는 꽤 재미있었나 보다.
눈이 반짝이더니 나를 보며 묻는다.
“엄마, 그럼 책은 어떻게 먹어야 제일 맛있어?”
잠깐 생각하더니
아이는 자기 생각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먼저 상상하면서 읽어야 하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리고,
인물들을 만나야 한대요.
그래야 책이 맛있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거기서 떠오른 걸로 뭐라도 만들어보면 좋겠고,
읽고 나서 느낀 건 꼭 이야기해야 한단다.
혼자만 알고 있으면 아쉽고,
같이 나누면 이야기가 더 커진다고.
아이는 책을 대충 넘기면 안 된다고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대요.
그래야 그게
몸에 남듯
마음에도 남는다고.
그렇게 책을 많이 먹으면 사람도 변할 거라고 했다.
어떻게 변하냐고 묻자
아이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재미있어지고,
감동도 있고,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고,
말도 더 잘 나오고,
상상은 훨씬 많아진다고.
아이 말을 듣고 있으니
‘책을 읽는다’는 말보다
‘책이랑 논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책은
공부가 아니라 같이 놀 수 있는 친구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는 읽었던 책을 가만히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말과 조금 미안하다는 마음을 섞어서.
이날 아이들과는 옛 말투로 시 써보기를 해봤다.
책에게 말을 걸듯,
조금 느린 말로, 조금 옛날 말로.
꼬마시인 박 ○ 성
책아, 나는 방콕 박○성 선생이라네
기분대로 던지고,
도미노놀이도 하고 밟았네
이것들은 모두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니
부디 용서해 주게나
자네에게 고맙네
나이가 들고 자네를 보니
머리에 지식을 쌓아주는 보물이었네
책의 종류가 다양해서
많은 상상력을 쌓을 수 있네
그리고 만화책은 나에게 재미와 휴식을 주네
지금부터 그 옛날일을 사과하겠네
자네, 받아줄 수 있겠는가?
자네의 영원한 친구가 되어주겠네
자네를 아끼고 음미하겠네
꼬마시인 박 ○ 호
내가 죽어도 잊을 수 없는 미안한 일이 있다네
책을 괴롭히면 반성을 해야겠구먼
나를 가르쳐줘서, 고맙네
이제부터 책을 사랑하려 하네
자네는 나한테
지식과 자혜를 건네주고,
호기심을 만들어주고
나를 발전시켜 줘서 고맙네
나도 이제
자네를 발전시켜주고 싶네
이제 책을 소중히 다루어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