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파도처럼

어제 하루동안 너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 아침부터 시리얼은 물론 커피나 심지어 물 한 모금마저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입술에 미지근한 물이 담긴 잔을 가져다 대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물에서는 비린내가 나는 것만 같았고 심지어는 어떤 소리가 나는 착각마저 들었다. 아무리 삼키려고 해도 삼켜지지 않았다.


너는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르고 저녁까지 건너뛴 늦은 자정이 될 때까지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너의 생리적 욕구는 늘 이렇게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곤 했다. 잠을 자는 것만 해도 그랬다.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늦은 새벽까지 누군가 심장을 두드리는 듯 쿵쿵거려서 밤을 새우는가 하면 또 어느 날에는 한낮에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들다가 종점에 되돌아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에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늘 그런 욕구들은 평소에는 몸속 어딘가를 은밀히 배회하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날뛰고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까지 온종일 생각을 좀먹으면서 너를 괴롭혔다.


너는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서는 욕구를 온전히 받아 들기로 했다. 피곤함을 느끼면 어디서든 눈을 감았고 배가 고프면 무엇이든 닥치고 배를 채웠다.


어느 날은 잿빛 롱코트가 네 눈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몇 번이고 지나치던 옷가게의 쇼윈도였고 평소에는 눈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옷을 사고 싶다는 욕망이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옷을 사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커져갔다. 옷을 사야만 한다고, 이 코트를 사지 않으면 12월의 차디찬 골목길 위에서 얼음 같은 시체로 남게 될 것이라고, 너 자신을 우울한 망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 생각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너는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너는 통장에 있는 돈을 긁어모아 그 코트를 구매하고야 말았다. 너는 오랜 시간 동안 옷장에 걸려만 있는 코트를 보면서 왜 샀던 것인지 자신이 의문스럽게 느껴지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너를 자존심이 너무 낮아서 사치를 부리지 않으면 안 되는, 욕망으로 가득 찬 인물쯤으로 보았다. 심지어는 앞날에 대한 대책도 없이 어쩔 거냐고 너의 면전에서 묻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나 너는 자신과 그들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어찌 보면 그들이 욕망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남들은 늘 졸린 눈으로 배고파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늘 쇼핑 앱이 열려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으니까.


반면에 자신은 남들이 ‘일상적’이라고 말하는 욕구와 욕망이 마치 바람의 뜻이 우연히 겹쳐서 거대해진 파도처럼 한순간에 몰아치는 것뿐이라고, 그러니 자신이 욕구와 욕망에 늘 지는 것은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