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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어려운 입원

by 탄만두


"수고 많으십니다. 저희 엄마가 코로나 확진을 받으셨는데, 약 부작용 때문에 울렁거림과 어지러움, 탈수가 너무 심합니다. 혹시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있을까요?"


새벽 2시 40분.

119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입원은 어렵다고 했다. 병원마다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며 인근 네 곳의 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답은 모두 같았다.


“저희 엄마가 코로나 확진을 받으셨는데, 약 부작용 때문에 울렁거림과 어지러움, 탈수가 너무 심합니다. 임산부인 제가 간병하기도 어려워서 꼭 입원이 필요합니다. 정말 간절한데, 혹시 방법이 없을까요?”


사실, 어떤 답이 돌아올지는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입원은 불가합니다. 오셔도 울렁거림 완화 주사 정도만 가능하고, 특별한 조치는 해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면 내원해 주세요.”


이미 예측했던 대답이었다. 메니에르와 이석증으로 응급실에 갔다가 허무하게 돌아오던 새벽이 많았으니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전화를 걸었다.


네 군데 병원 모두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응급상황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응급실은 내 구원자가 아니었다.


"엄마, 병원에서 입원 안 된대.

가도 울렁거림 약만 준대 그게 끝 이래. 병원 4군데 전화해 봤어."


수화기 너머로 끙끙 앓는 엄마의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면서도 여전 공포스러운 목소리였다. 머릿속에는 내일 일정이 자동으로 스쳐간다. 무엇을 미룰 수 있을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엄마 곁에 있어줄 수 있을까.


대답도 못하는 엄마를 혼자 둘 수 없어, 마스크 두 장을 겹쳐 쓰고 남편과 함께 5분 거리 엄마 집으로 향했다. 야근 끝에 겨우 잠든 남편을 깨운 게 미안했고, 괜찮다며 나를 안심시키고 차 키를 집어드는 남편이 고마웠다.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소리쳤다.
“빨리 나가! 전화로 얘기하자.”


코로나가 내게 옮을까 걱정한 거겠지.

하지만 나는, 내가 임산부여서 약을 못 먹게 되는 상황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숨 막혔다.






입원2.jpg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기존 병원에 가서 코로나 약을 바꿔보기로 했다. 숨조차 가쁘게 쉬는 엄마에게, 그 5시간은 얼마나 길고 잔인했을까.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나는 응급실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응급실에서 입원까지 연결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무력함을 이미 엄마도 알고 있었으리라.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는 수액을 맞고, 코로나 약도 다른 걸로 바꿔 처방받았다. 멀리까지 가지 못하고 병원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절망 앞에서도 예전처럼 와장창 무너지지 않는다. 밤새 이어진 불안과 무력함 속에서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만 찾아내려 하고, 바꿀 수 없는 걱정에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는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반드시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걸.


'임산부 배지 가방에 달고선, 응급실도 가봤잖아. 동네 병원쯤이야 껌이지.'

'다행히 2시간 뒤 미팅 일정엔 지장 없겠다. 어제 1시간 미루길 잘했다.'

'그래, 나중에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런 일이 생기겠어'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내 기분뿐이었다.

여기서 주저앉아 고통을 움켜쥘 것인지, 아니면 다음 이야기에 반전을 기대할 것인지.

선택은 내 몫이었고, 나는 반전에 기대 보기로 했다.


수액을 다 맞은 엄마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서 다시 정장을 입고 미팅 장소로 향했다. 잠을 거의 못 잤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내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웠다.


내 인생을 보호자 역할에 빼앗기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직 내 하루는 남아있었다.







결국

보호자로서

돌봄이 쉬워지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

내가 강해지는 방법만 있을 뿐

20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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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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