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사건 ; 고무신 2화

동장군과 인스타그램

by 코와

4번째 사건 ; 고무신 1화

오픈 채팅으로 연결된 그녀의 닉네임은 '유진'이었다.


[저랑 톡 할래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답장을 보내자,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근데 태성 오빠, 얼굴 궁금해요! 군복 입은 사진 없어요?]


태성은 급하게 핸드폰 갤러리를 뒤졌다. 부대 내에서는 보안 앱 때문에 카메라가 차단되어 있으니, 지난번 외박 때 찍어두었던 전투복 전신사진을 골라 전송했다. 1분 뒤, 유진에게서 하트가 쏟아지는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와... 어깨 무슨 일이에요? 군복 입은 모습 진짜 듬직하네요. 완전 내 스타일 ㅎㅎ]


화면 너머로 꽂히는 텍스트 한 줄에 태성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톡은 매일 저녁 개인정비 시간마다 불을 뿜었다. 하지만 군대의 벽은 높았다. 밤 9시, 어김없이 핸드폰을 반납해야 하는 시간이 올 때마다 태성은 애가 타서 미칠 지경이었다.


"아, 씨발... 저번 휴가 복귀할 때 투폰 개통해서 몰폰 하나 들고 올걸."


태성이 반납함에 폰을 집어넣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탄식하자, 옆에서 군화를 닦던 민재 일병이 피식 웃었다.


"김 상병님. 그렇게 좋으십니까? 아주 입이 귀에 걸리셨지 말입니다."


태성이 주변 눈치를 슬쩍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야, 김민재. 근데 나 솔직히 좀 쫄린다. 얘 나한테 너무 심하게 들이대는데? 만난 적도 없는데 애교 부리고... 나 모태솔로인 거 냄새 맡고 공사 치려는 거 아니냐?"


태성의 진지한 걱정에 민재가 어이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에이, 김 상병님 제발... 쫌.. 촌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원래 유니폼 페티시 있는 여자애들이 한번 꽂히면 불도저처럼 직진합니다. 게다가 김태성 상병님 어깨가 좀 넓습니까? 밖에서 못 느끼던 상남자 대접받는 거니까, 그냥 의심 끄고 즐기시면 됩니다."


민재의 호언장담에 태성의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던 불안감도 눈 녹듯 사라졌다.


하지만 달콤함도 잠시, 혹한기 동계훈련이라는 지옥의 일정이 떨어졌다.


[유진아, 오빠 내일부터 3일 동안 동계훈련 뛰어서 폰 못 봐. 연락 안 돼도 걱정하지 마.]


[헉... 오빠 날도 추운데 어떡해 ㅠㅠ 핫팩 꼭 챙기구, 다치지 마요. 기다릴게!]


훈련 내내 태성의 머릿속엔 오직 유진 생각뿐이었다. 영하 15도의 칼바람 속에서 꽁꽁 언 텐트를 칠 때도, 언 주먹밥을 씹어 삼킬 때도 그녀의 텍스트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3일 뒤, 부대로 복귀해 흙먼지도 털기 전에 태성은 핸드폰부터 켰다.


[오빠 많이 춥죠 ㅠㅠ]


[밥은 잘 먹고 있어요? 나 너무 걱정돼...]


[훈련 끝났어요? 톡 보면 바로 답장해 줘요. 보고 싶어.]


부재중 카톡만 50개가 넘게 쌓여 있었다. 태성은 코끝이 찡해졌다. 세상에 나를 이렇게 걱정해 주는 여자가 있다니. 태성은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고, 그러다 유진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내주었다.


유진의 인스타에 들어간 태성은 입이 떡 벌어졌다. 프로필 사진도 이뻤지만 몸매 전체가 들어난 사진을 보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얀 피부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 차림의 필라테스 전신사진들. 연예인 뺨치는 외모의 그녀가 나를 애타게 기다려주었다는 사실에, 태성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숨을 들이켰다.


한 달 뒤, 정기 휴가 첫날.


태성은 서울의 한 번화가 술집에서 유진과 마주 앉았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찔했다. 가슴골이 살짝 파인 얇은 니트를 입은 그녀가 태성에게 술을 따랐다.


"오빠, 진짜 고생 많았어요. 오늘 내가 다 쏠 테니까 맘껏 마셔요."


유진의 달콤한 향수 냄새와 알코올이 뒤섞이자 태성의 이성은 빠르게 마비되었다. 모태솔로 특유의 뚝딱거림도 그녀의 능수능란한 리드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자정을 넘길 무렵, 두 사람은 엉겨 붙듯 술집 근처 모텔로 향했다.


철컥. 방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유진이 태성의 목에 팔을 감아왔다.


"오빠, 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


유진의 붉고 촉촉한 입술이 태성의 입을 덮쳤다. 모태솔로의 서툰 키스 따위는 문제 되지 않았다. 유진의 혀가 뱀처럼 부드럽게 태성의 입안을 파고들며 그의 이성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태성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그녀의 얇은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아 침대로 쓰러트렸다. 서툰 손길로 그녀의 니트를 벗겨내자, 검은색 레이스 브래지어 위로 뽀얗고 풍만한 가슴이 쏟아질 듯 출렁였다.


"하아, 유진아... 진짜 미치겠다..."


"오빠...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하지만 22년을 억눌러온 청년의 욕정은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였다.


태성은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브래지어 후크를 단번에 풀어헤쳤다. 탐스러운 두 유방이 해방되자 그는 홀린 듯이 얼굴을 묻고 탐했다. 매끄러운 허벅지를 쓸어 올리는 그의 손길엔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내 유진의 매끈한 다리가 태성의 허리를 꽉 감싸 안았다. 뜨겁고 축축한 살결이 처음으로 맞닿는 순간, 태성의 머릿속에선 쾌락의 새하얀 섬광이 터졌다.


"아읏...! 오빠, 아파... 너무 아파..."


유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잔뜩 긴장한 태성이 흠칫 놀라 움직임을 멈췄다.


"어, 어? 괜찮아? 많이 아파? 내가 뺄까?"


태성의 당황한 물음에, 유진이 눈물이 핑 돈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콧소리를 냈다.


"아니이... 오빠 게 너무 커서 아프잖아..."


그 한마디에 태성의 남몰래 주눅 들어 있던 자존심마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모태솔로의 가슴속에 묘한 정복감과 수컷으로서의 자신감이 미친 듯이 끓어올랐다. 그녀가 고통스럽게 뱉어내는 신음을, 태성은 그저 자신을 칭찬하는 황홀한 교성으로 철석같이 믿었다.


"진짜? 하아... 조금만 참아봐, 유진아."


태성은 그녀의 앓는 소리에 더욱 신이 나서 짐승처럼 거칠게 허릿짓을 이어갔다. 땀방울이 맺힌 두 사람의 육체가 끈적한 마찰음을 내며 침대 시트를 구겼다. 서툰 만큼 거칠고, 처음인 만큼 배려 없이 맹렬했다.


그의 짧았던 휴가 첫날 밤은, 모태솔로의 딱지를 떼어버리는 평생 잊지 못할 쾌락의 불구덩이였다.



감수 : 경찰간부 출신 김판수 변호사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