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숨을 쉬며 걷는 법
믿음과 상처 사이에서 저는 매일 선택합니다.
누구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저 자신에게만큼은 더없이 절실한 순간들입니다. 오늘도 저는 약속을 잡기도 하고, 약속이 없는 빈 시간 속에서 고요를 만끽하기도 합니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온기를 확인하다가도, 이내 마음의 문을 닫고 안전한 요새로 숨어들기도 합니다.
이 작고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쌓여 저의 남은 생이 됩니다.
제주도의 해녀들은 ‘물숨’을 압니다.
숨이 터져 나오기 직전까지 버티다 보면, 결국 치명적인 바닷물 한 모금을 들이켜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 물숨은 죽음과 맞닿아 있지만, 해녀들은 그 위험을 알기에 욕심을 내려놓고 바다에서 나올 때를 압니다.
눈앞의 전복이 아무리 커 보여도, 그 하나를 더 따려다가는 물숨을 먹고 생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욕심보다 판단이 먼저여야 합니다.
인간관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물귀신 같은 사람에게 붙잡혀 함께 가라앉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처받지 않으려 무작정 숨을 참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과감히 수면 위로 올라와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3년 동안 은둔하며 숨을 꾹 참았습니다.
상처받는 대신 말라가는 삶을 택했지만, 결국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단 일 분도 숨 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요.
누군가에게 속았던 날의 매운 상처, 짠 눈물 같은 ‘물숨’의 기억이 두려워 세상을 등지고 살았지만, 숨을 참는 삶은 결코 살아 있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상처가 두려워 숨을 멈추는 대신, 비록 물숨을 들이킬지라도 다시 세상이라는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요. 사람을 피하지 않고, 누군가를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마음이 바로, 3년간의 은둔을 깨고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한 저의 작은 용기였습니다.
화려한 극복담은 아닙니다. 다만 상처를 감수하며 숨을 내뱉고 들이키는 법, 그 단순한 용기를 매일 배우는 중입니다.
오늘 제가 내쉰 숨과 이 글이 언젠가 저 자신에게—그리고 저와 닮은 누군가에게—말간 위로와 공감으로 돌아오기를 믿습니다.
오늘도 저는 믿고, 선택하고, 살아갑니다.
이제야 비로소 물속에서 꾹 참았던 숨을 세상을 향해 제대로 쉬어 봅니다.
욕심보다 판단을 먼저,
두려움보다 용기를 먼저.
그것이 저를 살아 있게 하는 법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PS. 저의 ‘조조 같은 잔꾀’도, ‘팔랑귀의 허당기’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늘 곁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하고 따뜻한 숨구멍인 남편에게.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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