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돌아올 때면 아빠는 늘 번쩍거리는 것들을 들고 나타났다.
장례가 끝난 뒤 돌아온 아빠의 손에도, 집안의 모든 비극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루이비통 여행 가방 하나가 들려 있었다.
우리는 동시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일본에서 딴살림을 차렸던 아빠가 들고 온 금의환향의 상징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했고, 동시에 지나치게 수상했다.
“야, 저거 딱 봐도 짝퉁 아니야?
아빠가 저런 진품을 사 올 리가 없잖아.”
큰언니의 판정은 단호했다.
마침 지퍼까지 뻑뻑하게 고장이 나 있었다.
끼익, 끼익. 명품이라면 지퍼가 저렇게 허술할 리 없다는 게 우리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지퍼가 열리지 않는 가방은 속을 알 수 없는 아빠의 마음처럼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다.
결국 큰언니는 미련 없이 그 커다란 가방을 쓰레기장에 내던졌다.
“아빠의 미안함도 딱 저 가방 수준이지.
겉만 번지르르한 가짜.”
우리는 낄낄거리며 아빠를 비웃었다.
하지만 며칠 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아빠의 입에서 반전 같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거 버려부런? 거 디게 비싼 건디.”
(그거 버렸니? 그거 진짜 비싼 건데.)
가방은 진짜였다.
지퍼가 고장 난 진품 루이비통.
진짜를 가져다줘도 가짜라고 믿어버릴 만큼,
우리 가족 사이에서는 이미 ‘진심’이라는 것이
불량 지퍼처럼 고장 나 있었다.
아빠가 가져온 유일한 ‘진짜’는
동네 쓰레기장에서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거나,
소각장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한동안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웃었다.
루이비통을 통째로 내다 버린 자매들이라니.
하지만 그 웃음 끝에는 늘 묘한 씁쓸함이 남았다.
아빠가 내밀었던 진짜 마음들 역시,
우리는 단지 지퍼가 고장 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다 쓰레기장에 버리고 살아온 건 아닐까.
그 가방 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영영 열어볼 수 없게 된 진짜의 속마음이
가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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