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6] 부서진 체스판 (하)
파창—!!!
다급해진 백도현이 스스로 방탄유리를 깨고 튀어나왔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수십 가닥의 시퍼런 쇠사슬이 웅의 목과 팔다리를 무자비하게 휘감았다.
물리적인 억압으로 웅을 짓눌러보려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하지만 웅은 피 묻은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쇠사슬을 꽉 움켜쥐었다.
치이이익—!!
웅의 손아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쇠사슬을 단숨에 녹여버렸다.
콰아아아앙—!!!
억눌려 있던 잿더미들이 시뻘건 화염의 기둥이 되어 폭발했다. 수천 개의 투명한 유리 감방과 중앙 통제실의 외벽이 끔찍한 파열음을 내며 도미노처럼 붕괴했다.
절대자의 성전이 불타오르는 아수라장 한가운데서,
웅이 화염을 뚫고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웅이 피할 새도 없이 백도현의 멱살을 거칠게 틀어쥐고, 그 오만한 안면을 향해 무자비하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백도현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체크메이트다, 이 껍데기 새끼야."
웅이 쓰러진 백도현의 가슴을 짓밟으며,
무의식의 매개체인 '금빛 지포 라이터'를
완전히 박살 냈다.
그와 동시에, 붕괴하던 무의식의 세계 전체가 산산조각 나며 맹렬한 역류가 두 사람의 정신을 덮쳤다.
다시 현실. 여의도 D방송국 생방송 공개홀.
"……!!"
정적이 감돌던 생방송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서는 1초도 흐르지 않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방금 전,
웅이 "네 뇌가 타들어 가는 꼴을 생중계해 줄게"라고 서늘하게 선고하며 백도현의 안주머니를 우악스럽게 움켜쥐었던 바로 그 시점.
"이, 미친… 놔— 컥!!"
웅을 밀쳐내려던 백도현의 동공이 갑자기 초점을 잃고 기괴하게 뒤집혔다.
그의 입에서 사람의 말이 아닌, 짐승이 멱살을 잡힌 듯한 끔찍한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크어억…!"
지지대가 사라진 백도현이 허우적거리며 무대 바닥으로 맥없이 고꾸라졌다.
무의식의 붕괴가 현실의 뇌신경에 직격타를 날린 것이다. 코와 귀에서 시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백도현의 몸이 발작을 일으키듯 기괴하게 경련했다.
"원, 원장님?!"
"의사 불러!! 카메라 멈춰, 빨리!!"
스태프들이 기겁하며 달려들고 방청석은 순식간에 비명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메인 카메라의 빨간 불은 여전히 켜진 채, 바닥에 엎드려 발작하는 백도현의 몰골을 전 국민의 안방으로 고스란히 생중계하고 있었다.
"헉… 허억…."
뇌 신경이 화염에 타들어 가는 극심한 충격 속에서, 백도현의 뇌 회로가 끔찍하게 엉켜버렸다.
그는 자신이 지금 생방송 스튜디오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무의식 가장 밑바닥에 억눌러두었던 20년 전 최초의 굴욕과 실패의 기억을 무방비하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백도현이 바닥에 얼굴을 비비며,
핀 마이크를 향해 탁하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내 최면이 완벽했는데….
그 벌레 같은 부모 새끼들이,
감히 내 구원을 거부하고 칼을 던졌어….
그깟 자식새끼에 대한 사랑이 뭐라고
내 통제를 벗어나…!"
마이크를 타고 스튜디오 전체에 울려 퍼진 그 기괴하고 오싹한 멘트.
"…그래서 내가 직접 찔렀어….
내 완벽한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게 만들었다고….
이건 내 실패가 아니야…!
내 실패가 아니라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던 국민 멘토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20년 전 자신의 가스라이팅이 통하지 않자 분노해 제 손으로 부모를 난도질했다는 찌질하고도 끔찍한 진짜 살인 자백이었다.
방청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끔찍한 침묵에 휩싸였다. 수백 명의 방청객과,
전국에서 이 방송을 지켜보던 수백만 명의 대중들은 척추를 타고 오르는 소름과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아했던 가스라이팅의 신은, 결국 통제력을 잃고 살인을 저지른 한낱 찌질한 사이코패스로 전락해 있었다.
그 아수라장의 한가운데.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웅이,
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과거의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백도현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발밑에서, 웅이 팽개친 '금빛 지포 라이터'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처량하게 굴러갔다.
"당신 방송은 여기까지야, 원장님."
철저하게 부서진 백도현의 체스판 위로,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냥개의
서늘한 선고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