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남기기 위해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결국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부터, 나의 진짜 기록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셔터를 누르고 문장을 고르는 이유는 거창한 예술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 거예요. 지금 내 눈앞의 이 빛이, 나를 바라보는 이의 다정한 눈빛이, 그리고 이 도시의 서늘한 공기가 영원히 머물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 섞인 애정 때문이죠. 열 번의 안부를 띄우며 깨달은 건, 기록이란 결국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붙잡아 '영원'이라는 페이지에 박제하는 가장 다정한 저항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인천의 낡은 골목에서 카메라를 들었을 때, 저는 그저 회색빛 풍경을 영화처럼 바꾸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2화에서 말한 질감을 채우고, 3화의 여백을 남기며, 4화의 무채색 도시를 걷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담고 싶었던 건 완벽한 사진 한 장이 아니라, 그 순간 내가 거기 있었고, 그 풍경을 지독하게 사랑했다는 증거였다는 것을요. 6화의 기술적 선명함보다 9화에서 강조한 시선의 깊이가 중요했던 이유도 결국은 하나입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그저 차가운 데이터로 남지만, 진심이 섞인 조각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짙은 향기를 내는 편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색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띄운 열 번의 안부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7화에서 색들에 이름을 붙여주며 고민했던 그 밤들처럼, 저는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감정들에 집을 지어주는 일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8화에서 나만의 11가지 빛으로 계절을 나누었듯, 독자 여러분도 세상이 정해준 속도가 아닌 자신만의 농도로 삶을 채워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색이 당신의 안부가 되었던 5화의 기적처럼, 이제는 당신이 남긴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예상치 못한 위로와 안부가 되어 돌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기록은 마침표를 찍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읽히고 기억될 때 비로소 영원해집니다. 그동안 저의 서툰 문장과 흔들리는 입자들 사이를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내일도 변함없이 무채색의 도시를 걷고, 카메라를 들고, 다시 밤을 지새우며 문장을 고르겠지요.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 치열하게 사랑하고 기록하는 이 길 위에, 당신도 기꺼이 동행해 주시겠어요?
오늘 당신이 찍은 그 평범한 사진 한 장이, 무심코 적은 그 짧은 일기 한 줄이, 수십 년 뒤 당신에게 도착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가 될 거예요. 당신의 모든 계절이 당신을 닮은 고유한 색들로 영원히 남겨지길 응원합니다.
이것으로 저의 열 번째 안부를 마칩니다.
언젠가 또 다른 빛깔의 편지로 다시 만나요.
브런치북 첫번째 시리즈의 발행을 마치며
시리즈 제목: [색의 편지: 10번의 안부]
마지막 한마디: "기록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저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