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으로는 살 수 없어서 (프롤로그)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장사를 합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며 참 부지런히도 산다고,
혹은 욕심이 참 많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솔직한 제 속내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이토록 여러 가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건, 무언가 대단한 성취를
이루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나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서'입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일상의 낭만을 겨우 붙잡고,
쏟아지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내리며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장사를 하며 현실의 발을 땅에 붙입니다.
이 세 가지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는 순간,
제가 가진 삶의 색깔도 금방 빛을 잃는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편지의 시작: 왜 하필 '색'이었을까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사진 위에 색을 입히는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정'이라 부르지만,
저에게는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는 일'과 같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은 늘 같은 것 같아도,
그날의 내 기분과 공기의 온도에 따라
매번 다른 색으로 기억됩니다.
어떤 날은 바다보다 더 시퍼런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낡은 골목의 그림자조차
따스한 위로가 되기도 하죠.
저는 그 찰나의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색을 만집니다.
0과 1로 이루어진 차가운 디지털 이미지 위에,
제가 느꼈던 그날의 온기를 덧칠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색감들은 저에게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마음의 기록이 됩니다.
기록의 가치를 나누는 법
제가 만든 프리셋들에
'색의 편지'나'여백의 편지' 같은
이름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홀로 보냈던 시간의 기록들이,
누군가의 사진 위에서 다시 살아나
그들만의 소중한 기억을 물들이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내가 만든 색이 타인의 일상에 가 닿아
"이 색감 덕분에 그날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져요"라는
짧은 인사를 건네받을 때,
저는 비로소 제 기록이 완성되었다고 느낍니다.
혼자만 간직하던 편지가 드디어
수신인을 찾은 기분이랄까요.
앞으로 10편의 글을 통해 제가 사랑하는
색깔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거창한 예술가의 목소리가 아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며
그 안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한 기록가의 담백한 고백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가 끝날 때쯤,
당신의 마음속에도 당신만의 색깔이
선명하게 남기를 바랍니다.
저의 첫 번째 편지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