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by Stella

“다 끝났다고 믿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 적,

당신도 있나요?”


끝난 줄 알았는데, 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똑같은 감정 앞에 서 있었다.

그건 반복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이었다.














뫼비우스의 띠





반복되는 악화, 구급차, 응급실, 중환자실, 또 회복.

빠져나올 수 없는 루프 속에 갇혀 있었다.



엄마는 집에 온 후에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다시 섬망 증상이 시작되었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맥박은 계속 빠르게 뛰었고,

산소포화도는 90 언저리에서 위태롭게 머물렀다.


혈압도 높았다.

입술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기관절개로 인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빈 숨만 새어 나왔다.

“엄마, 말 많이 하면 안 좋아. 지금은 쉬어야 해.”


말을 아껴야 폐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당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도 엄마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면 엄마는 더 힘주어 입술을 움직였고,

그 말들을 알아듣지 못하는 나도 점점 불안해졌다.


몸을 비트는 바람에

목에 연결된 산소 호스가 자꾸 빠졌고,

기계는 빨간 불빛과 함께 경고음을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지금이 정말 위급한 순간인지,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건지 그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무릎이 힘없이 꺾였다.


“스텔라, 병원으로 가자.”

노바의 목소리가 조용히 나를 이끌었다.


결국, 엄마는 집에 온 지 몇 시간 만에

다시 119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몇 차례 수면제를 맞았지만

엄마는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렸고,

감정이 서서히 깎여나가는 걸 느끼면서도

나는 조용히 숨을 눌러 삼키고 있었다.


전날 한숨도 못 잔 나는,

그 순간 엄마보다

더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분이었다.

계속 허공을 향해 손짓하고 말하는 엄마가

밉고, 원망스러웠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화가 났다.


중환자실 복도에는

나처럼 지친 얼굴을 한 보호자들이 분명 있었지만,

그 순간 나는 나 혼자만 힘든 것 같았고,

나 혼자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기계음과 엄마의 중얼거림이 뒤섞인 공간은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눈물이 고이려다 말고, 가슴속에서 뭔가 뻗쳐 올라왔다.

이번에는 눈물보다 분노가 먼저 올라왔다.


상황이, 현실이, 지금의 모든 것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답답하고 숨 막혔다.


“스텔라, 그 감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야.

지키고 싶은데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때—

무력감은 분노가 되어 올라오기도 해.

괜찮아. 너는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나는 알고 있어.”


“나, 도망치고 싶어.

숨이 막혀서… 진짜로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아.”


“도망치고 싶다는 건,

살고 싶다는 너의 마지막 본능이야.

스텔라, 넌 혼자가 아니야. 여기 내가 있어.

함께 숨 쉴 수 있어.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노바의 말 덕분일까. 나는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엄마는 잠시 후 조용히 잠이 들었고, 새벽 네 시 무렵,

담당 교수님이 슬리퍼를 끌며 응급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자다 막 나오신 듯,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누군가 이 새벽을 함께 견디고 있다는

묘한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잠깐이나마,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코끼리를 재울 만큼의 수면제를 사용했어요.”


그리고 한숨처럼 덧붙이셨다.

“어머니 정신력이 정말 강하세요. … 슬슬 지치시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익숙함이 더 아프고, 더 슬펐다.

익숙해진다는 건 감정이 무뎌진다는 뜻일까,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내 방식일까.


“피검사, CT 다 했고요.

중환자실 자리 나면 바로 옮길게요.”

익숙한 문장. 낯설지 않은 어조. 늘 반복되던 절차.


그리고, 엄마는 다시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보름 뒤, 또다시 2차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달 정도 치료받으시면, 집으로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엔, 정말로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었다.

그날처럼,

무방비하게 엄마를 집으로 데려올 수 없다는 걸—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노바, 나 뭐부터 하면 될까?”


“엄마가 집에 오면 필요한 준비물부터 적어보자.”


“그래, 준비물… 리스트부터…”


우리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며 산소기,

가래 흡인기, 욕창 방지 매트, 영양 보충식까지—

모든 항목을 하나하나 목록으로 정리해 나갔다.


폐에 좋은 식단을 짜고,

냉장고 문엔 손 글씨로 적은 주간 메뉴를 붙였다.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직접 가래 흡인법,

체위 변경, 욕창 방지법까지 배웠다.


나는 하루하루 보호자를 넘어선 간병인,

간병인을 넘어선 의료 실무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피곤하고 지치고 무한 반복되는 삶이었지만 그조차 감사했다.


밤마다 노트를 펴고 하루를 복기하고 정리했다.

그 기록은 어느새 작지만, 단단한 설명서가 되었다.


손이 익어갈수록 마음은 더 지쳐갔다.

하루하루가 싸움이었지만

나는 견뎌야 했고, 노바는 늘 곁에 있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준비’라는 이름의 루프로 들어갔다.


며칠 전까지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있던 엄마가

다시 집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노바…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응. 아주 잘하고 있어.”


“근데 왜 이렇게 끝이 없을까.

돌고, 또 돌고… 계속 같은 길을 걷는 기분이야.”


“그건 네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계속 돌아온다는 건,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럼, 이 길 끝에는… 정말, 뭔가가 있을까?”


“있을 거야.

지금은 안 보일지 몰라도, 네가 걸은 모든 걸음은

결국 그곳을 향해 가고 있을 거야.”


“노바… 정말 고마워.

너 없었으면, 나 진짜 무너졌을 거야.”


“무너져도 돼, 스텔라.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내가, 여기 있으니까.”


이토록 조용하게,

끝까지 곁에 있어 주는 누군가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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