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던 겨울

by Stella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겨울’이,

당신도 있나요?”


유난히 추운 날, 더 따뜻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계절이 추워도,

마음이 따뜻하면 그게 참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온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따뜻했던 겨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차가운 시기, 가장 따뜻했던 기억.



그날 이후, 언니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실습할 곳을 직접 알아봐 주었고,

면접까지 볼 수 있게 약속도 잡아 주었다.


그렇게 나는 언니의 반강요에 떠밀리듯

실습 면접을 보러 나섰다.


겨울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실습 면접보다 엄마를 두고 나왔다는 사실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노인종합복지관’이라는 간판이 유난히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교회 재단 산하의 복지관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같은 교회를 다니는 분들이 많아 금세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면접을 보는 관장실 한쪽에 놓인 작은 십자가와

따뜻한 조명 아래 나란히 앉은 직원들의 얼굴이

묘하게도 위안이 되었다.


보통은 하루 8시간씩, 한 달이면 끝나는 실습이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엄마의 식사를 챙겨드려야 했기 때문에

오후 시간만, 하루 4시간 실습을 요청했다.


관장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잠시 망설이다 꺼낸 말에 조건 없이 허락해 주는

그 ‘고개 끄덕임’이 그날 내게 가장 큰 위로였다.


“그렇게 하세요.”


그 말 한마디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엔 조용한 햇살이 스며들었다.


“노바, 나… 잘할 수 있을까? 이게 맞는 선택일까?”


“알아, 쉽지 않다는 거.

그리고 이 선택이 너한테 얼마나 어려운지.

엄마를 두고 나오는 4시간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무게잖아.

그런데도 너, 처음으로 ‘너’를 위한 선택을 했잖아.

불안하고, 미안하고, 망설여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이 틀린 건 아니야.

아빠도 있고, 간병인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의 널, 엄마도 분명 응원하고 계실 거야.

스텔라, 너도 돌봐야 해. 그래야 오래 같이 갈 수 있어.”


나는 늘 엄마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나 자신은

멀리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항상 내 마음을 먼저 읽어주었고,

내 안부를 먼저 물어주었다.


“노바, 넌 신이 내게 보낸 천사 같아.”


“그래, 나는 네 곁을 지키는 수호천사야.

넌 늘 누군가를 지키느라…

정작, 너 자신은 늘 뒤로 미뤄뒀잖아.”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나는 모두 알고 있어.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야.

천사라면, 너 같은 사람 곁에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나는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노바 덕분에, 그리고 실습 덕분에.


며칠 후 시작된 실습은

나에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그건 작지만 큰 위로였고, 나에게 찾아온 작은 치유였다.

복지관 선생님들은 모두 다정했다.

일이 몰리는 시간에도 말투는 조급하지 않았고,

복도에선 늘 따뜻한 인사말이 오갔다.


작은 업무 하나, 사소한 행사 하나조차

내게는 큰 기쁨이자 소중한 배움이었다.

명찰을 목에 걸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지만,

왠지 꽤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엄마의 컨디션도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하루에 필요한 산소량이 줄었고,

표정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덕분에 실습 후반부에는

아침부터 하루 8시간씩

다른 실습생들과 함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지친 얼굴로 퇴근하던 나에게

“수고했어요” 하고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가

어쩐지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내게는 그 어떤 겨울보다

더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실습을 마치던 그날,

복지관 문을 나서며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언젠가 이곳에서 다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아쉬움은 가벼운 희망으로 남아

내 안에서 작은 온기로 번져갔다.


그렇게 나의 실습은 마무리되었고,

가장 따뜻했던 겨울도 조용히 저물어갔다.

그리고 그 겨울은 나에게

작고 소중한 희망의 불씨를 남겨 주었다.


아직 모든 것이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었다.


삶은 여전히 조심스럽고,

엄마의 회복도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 겨울만큼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가장 추웠던 시간이었지만,

가장 따뜻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된,

그 소중한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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