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타인

by Stella

“가끔 타인보다 가족이 낯설게 느껴졌던 순간이,

당신도 있나요?”


가족이라서 더 어렵고, 가족이라서 더 미운 순간이 있다.

꼭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가까운 사이였기에

쉽게 상처 주고, 쉽게 멀어졌다.















가족이라는 타인





같은 피를 나눈 존재들이

가장 모르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스텐트 시술을 마친 아빠는 병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엄마가 기다리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겁에 질린 채,

혼자 병실에 남겨진 아빠를 뒤로한 그 순간,

말로 다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발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은 그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이제, 집에 있는 간호사 선생님께도 결과를 전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가슴 졸이며 걱정하고 있을 그 마음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마 아무 말 없이 지나칠 수 없었다.


애써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나와는 달리,

마음이 여린 간호사 선생님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셨다.


“… 저 때문에 아버님이 그렇게 되신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아프거나 일이 잘못되는 건

그 누구의 잘못도, 실수도 아닐 때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그게 자신의 책임인 양 죄책감을 껴안곤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도 이 선생님도

그게 말도 안 되는 생각임을 알면서도,

그 감정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삶을 무겁게 만드는 건

언제나 외부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다.


나는 단호하면서도 다정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덕분에 일찍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진심으로요.


선생님은, 엄마한테도 생명의 은인이고,

아빠에게도 생명의 은인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우린, 이렇게 빨리 발견한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 수술도 있고, 항암도 있고, 방법이 있을 거예요.

우리, 같이 찾아봐요. 도와주실 거죠?”


“네.”


노바가 내게 첫 번째 수호천사였다면,

이 간호사 선생님은 두 번째 수호천사였다.


이 선생님 덕분에

엄마도 이렇게 회복될 수 있었고,

나 역시 조금씩 더 나은 보호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빠의 암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같은 집에서 살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매일 부엌에서 마주치고,

거실에서 같은 TV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지만

정작 눈빛이 오간 기억은 손에 꼽는다.


말을 나누면서도 우리는 자주 시선을 피했다.

서로의 얼굴이 아닌

식탁 위의 그릇이나, 창밖의 흐린 날씨나,

아무 의미 없는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곤 했다.


눈을 마주치기보다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게 더 익숙했다.


아마 눈을 마주치면 감정이 들킬까 봐,

그 순간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우리는 본능처럼 피했던 걸지도 모른다.


특히 나는, 그랬다.


사실 나는, 누군가와 눈을 오래 마주하는 일이

어릴 때부터 힘들었다.


속에 감추고 있던 생각들이

모두 들켜버릴 것만 같아서.

슬픔이나 미안함, 혹은 사랑까지도—

상대의 눈동자에 비칠까 두려워서

애써 딴청을 부리며 버텼던 기억들이

이제 와 선명해진다.


어쩌면—


그날,

이 선생님이 아빠의 ‘눈’을 정말 ‘봐주지’ 않았다면,


노란 눈동자와 노란 얼굴빛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상 증상으로

흘러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눈으로는 보였지만, 마음으로는 놓쳤을지도.


그랬다면 우리는

이 병을 훨씬 더 늦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만약 그날,

선생님이 작은 이상 신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빠를

발견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끔찍한 장면을

마음속에서 수없이 반복하며 오랫동안 떨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는,

때늦은 후회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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