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값 확정, 관계 데이터 생성: 첫 연애

특이사항: 30일 간 유지, 주의: 테스트버전입니다.

by 밤결




[첫사랑 알고리즘]


Version 1


입력값이 확정되었습니다.

관계 데이터가 생성되었습니다.


특이사항: 30일 간 유지됩니다.




"야 너 여자친구는 요즘 안 보인다?"


발 없는 말이 어느새 과 전체를 다 돌았나 보다.

겨우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습관처럼 "여자친구 아닙니다. 저희 그냥 친구예요."를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캠퍼스 벤치에 철기와 나란히 앉았다.

벚꽃 휘날리는 봄날 캠퍼스에 고등학교 친구와 앉아있다니, 배가 찌르르 아파왔다.


"야 너가 휴지도 없이 화장실 가는 바람에 지금 이렇게 된 거 알아 몰라?"


"미안하다. 내가 서울여대 수학과랑 미팅 하나 잡아뒀어. 기분 풀어라."



그 말에 기분이 조금 풀렸다.


"아유, 나도 나지만 그 애도 진짜 불쌍하다. 어쩌다 너 같은 애도 아니고 나랑 엮여서는, 학교도 안 나오고. 근데 생각해 보니까 열받네. 나랑 소문난 게 그렇게 억울하냐?"


철기는 말이 없었다. "걔가 불쌍하지..." 하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핸드폰을 열었다.

역시나 핸드폰은 조용했다.


철기는 "차라리 먼저 연락해서 담판을 지어. 찜찜하잖아." 하고 덧붙였다.



그날 밤, 그 말이 계속 남아 있었다.

고민 끝에 연락처를 열어 그 애 이름을 눌렀다.


통화연결음으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이수영의 <그레이스>


눈물쯤은 흘려줘도 괜찮아.
슬픔 씻어 내기 위한 거니까.
이제 자유로운 내가 될 거야.
내 사랑아 멀리 떠나라.


묘하게 상황과 어울리는 가사네 하고 생각하던 중 그 애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응. 왜 전화했어? “


너 왜 학교 안 나와? 걱정되잖아.

괜히 내가 의리주 많이 먹어달라고 해서 그랬나,

화장실에서 너 봤을 때 그냥 내가 먼저 나갔어야 했나.

내 탓인 것 같아서 되게 찝찝하다고.”


너 탓은 아니지. 어쨌든 나도 늦게 갔던 게 맞고.

그런데 나는 원래 주목받는 거 견디기가 어려워. 억지로 술 먹고, 너랑 집 방향이 같아서

한 번 같이 갔다고 사귄다는 소문난 것도 너무 짜증 나. 학교 그만두려고, 반수 할 거야.”


"그렇게 억울하면 그냥 우리 사귄다고 하자. 한 달쯤 지나면 잠잠 해지겠지"


그 애는 말이 없었다.


침묵이 두려웠던 나는 서둘러 말을 이어 붙였다.


"일단 내일 같이 학교 가자. 버스정류장에서 10시에 만나자."



말이 없는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었다.


어느새 밤은 깊어져 있었다.

밝게 빛나던 핸드폰은 검게 꺼진 지 오래다.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이게 고백은 맞는 거야?

그것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이수영의 <그레이스>가 밤새 귓가에 울려 퍼졌다.



다음 날, 버스정류장에서 그 애를 만났다.

일주일 만이었다.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야, 생각해 봤어?"


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떼어냈다.


"... 그래. 일단 고마워. 너 탓도 아닌데."

"근데 하나만 확실히 하자. 너도 나 좋아하는 거 아니잖아. 딱 한 달이다. 한 달 동안만 그렇게 연기하는 거야."


그 애가 단정적인 말로 선언했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자리가 나서 그 애에게 양보했다.

손잡이를 잡고 서서 그 애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애는 앞만 보고 있었다.

역시나 내 이상형은 아니었다.


그래도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있었다.

이게 사랑의 감정인가? 곱씹어보았다.



일주일 전 대면식, 땀에 흠뻑 젖은 채 이 거리를 뛰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 애와 애매한 거리를 유지한 채 캠퍼스를 나란히 걷고 있다.


나 발 없는 말은 쏜살 같이 달렸다.


소문은 빨랐고 우리는 어느새 1호 커플이 되어있었다.

1호라는 단어가 내 어깨를 으쓱 올려주었다.


그렇게 남들은 모르는 30일의 유효기간이 설정된

나의 첫 연애가 시작되었다.


심장박동이 약간 더 크고 빠르게 느껴졌고,

그 감정이 사랑인지 고민이 깊어져갔다.



다시 일주일이 쏜살같이 흘렀다.


그렇게 첫 MT의 날이 다가왔다.




[첫사랑 알고리즘]


Version 1


핵심 데이터를 추출합니다

처음, 설렘, 유효기간


특이사항: 30일 간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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