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돈 받는 조교 장학금 신청할 수 있나요?

Stocking Hall, Cornell University

by 서재진

주일 예배 때, 성가대에 서기 위해 가운을 입으려고 하는데 혜진 언니가 나를 불렀다. “재진 씨, 얘기 다 들었어요. 그깐 걸로 약한 모습보이구. 앞으로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은철 씨도 지도 교수 잡을 때 힘들어했었어요.”


주일이라 곱게 한 화장이 흐르는 눈물로 번질까 봐 눈을 크게 뜨고 꾹 참았다. 예배 후 성가 연습을 하는데 혜진이 언니와 허 은철 선배님께서 어떻게 각각의 교수를 인터넷으로 알아보는지 이메일을 어떻게 보내며 만나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그래서, 우선은 인터넷으로 내게 지도교수가 될 가능성이 있으신 분들의 명단을 골랐다. 그리고, 10 시에는 누구, 1 시에는 누구, 4시에는 어느 교수님과 면담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각각 인터뷰를 했다. 내가 원한다면 나를 받아줄 수는 있지만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 되지…”


생물 통계 그룹 스터디를 마친 후에, 그냥 넋을 잃고 food science 건물인 stocking hall 로비에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 search를 하고 있는데, 허 은철 선배님께서 들어오셨다. 그냥, 울먹울먹 하고 있는데, 선배님께서 이쪽 말고 우리 과랑 연결이 되는 다른 교수들도 이렇게 많다고 하시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알아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 분은 어떠시고 돈은 좀 있으신 것 같고, 이 분은 굉장히 nice하신대, 돈이 없으시고…Betty Lewis라는 분을 가리키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지난여름에 Dr. Lewis 실험실에서 잠시 실험을 하셨는데 별명이 천사 할머니이시고, 정말 학생들에게 인내심이 많으신 분이니 꼭 한번 찾아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8 분의 교수 인터뷰를 하고 난 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Dr. Lewis를 찾아갔다. 인터넷에 올려진 사진으로 볼 때는 그렇게 연세가 많이 드신 것 같지 않았는데, 실제로 뵈니 정말 연세가 많이 들어 보이셨다. 와아~ 할머니께서 노쇠로 손이 흔들리셔서 실험이나 제대로 하실 수 있을까? 의아해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과거 내가 시행착오 했던 것을 번복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얘기를 자신감 있게 또박또박 다 말했다.


우선, 그전에는 원래 그렇게 말하는 것이 겸손한 것인 줄 알고,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시작했던 말이 이거였다.


“Uhm… I am sorry to say that I am not good at speaking English, so….”


“저, 이렇게 말씀드려서 죄송한데 제가 영어로 말을 잘 못 하거든요…”


하지만, Dr. Lewis와 인터뷰할 때는 이 말로 시작하지 않았다. 정말 당당 그 자체였다. 어떻게 코넬을 정하게 되었는지, 내가 언제 코넬에 가겠다고 마음의 결심을 했는지 상세하게… 영어 학원을 몇 년 다녔으며, 오기 전 1997년 내가 덕성여대 4학년 때 그리고 바로 이곳에 오기 직전까지 2000 년도에는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6.25 전국 웅변대회에 나가서 몇 등을 했으며, 초등학교 때 반장한 거, 중학교 때 연대장한 거, 고등학교 때 연극반 한 거, 그리고 취미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며, 매일 수영도 2 km 씩 하고 있고, 게다가 다음 학기는 코넬 한인 교회 청년부 회장을 맡게 되어서 social gathering을 arrange 할 뿐 아니라, 성경 공부 리더도 하게 될 것이고, 이번 학기는 이곳 코넬에 오자마자 찬양을 인도했는데, 정말 은혜로웠다는 둥, 정말 집안 얘기를 포함한 자라온 배경을 비롯해, 나의 사생활을 모조리 전부 다 말씀드렸다. 내 얘기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선생님께서 “Very good~!” 하셔서 난, 더 신이 나서 내 자랑을 했다.


시계를 보니 근 1 시간 반을 나 혼자 말한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조용히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Can I apply to a paid TA?”


“저, 돈 받는 조교 장학금 신청할 수 있나요?”


선생님 눈을 훔쳐보며 동정을 살피고 있는데, 정말 천사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Might be…”


“그럴 수도 있지…”


가만있어 봐라…might be 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 아닌가? Maybe 는 현재형인데, might be는 과거형 아닌가, 아 정말 헷갈리는 영문법… 에라, 모르겠다. 우선은 낼모레가 크리스마스니까 연말연시 보내고, 1월 초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기간 동안에 나도 이분을 내 지도교수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인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고 말씀드리고 Dr. Lewis 방을 나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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