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라는 본능

1.3.우리는 왜 익숙함보다 불안한 설렘을 선택하는가: 도파민의 얼굴

by 성효경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유전자의 느린 변화만으로 살아남지 않았다. 훨씬 더 빠르고 유연한 방식, 곧 문화적 적응을 통해 끊임없이 환경에 맞추어갔다. 이 말이 너무 추상적이니, 두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보자.


두 가족

먼저 첫 번째 가족. 이 가족은 오랫동안 같은 강가에 정착해 살아왔다. 강은 해마다 물고기를 내주었고, 주변 숲에는 익숙한 열매와 뿌리가 가득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새로운 돌을 집어 들고 다른 모양으로 깨려는 걸 보면 고개를 저었다. 늘 쓰던 돌날이 가장 안전하다고. 어머니는 낯선 풀을 들고 오는 딸에게 잔소리를 했다. 먹어본 적 없는 것은 건드리지 말라고. 아이들은 호기심을 품었지만 곧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변화는 불필요한 위험이었고, 조심스러움이 이 가족의 생존 전략이었다.

두 번째 가족은 달랐다. 같은 강가에 살았지만, 이 가족에게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기질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여러 종류의 돌을 깨부수며 더 날카로운 날을 찾았다. 처음 다뤄보는 돌은 쉽게 부러지기도 했지만, 가끔은 기존 도구보다 훨씬 예리한 칼날이 튀어나왔다. 어머니는 낯선 풀의 향을 맡아보고, 작은 조각을 혀 끝에 올려 맛을 보았다. 어떤 풀은 입술을 얼얼하게 만들었고, 어떤 뿌리는 위장을 뒤틀리게 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 속에서 상처를 낫게 하는 풀이 발견되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뿌리가 식량 목록에 추가되었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동굴 속을 탐험하다가 다른 동물이 남기고 간 불씨를 발견했다. 불은 처음에 뜨겁고 두려웠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따뜻했다. 밤이 되자 짐승들이 불빛을 피해 돌아갔다. 고기를 불 위에 올려보았더니 질기던 살점이 부드러워졌고, 새로운 맛이 혀 위에 퍼졌다.


그러던 어느 해, 비가 멎었다. 강이 마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가족은 평소처럼 사냥감을 기다렸다. 하지만 동물들은 이미 물을 따라 다른 곳으로 떠난 뒤였고, 열매도 줄어들었다. 새로운 곳으로 옮기자는 아이들의 말에 어른들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곳은 위험하다고. 여기서 버텨야 한다고. 하지만 버팀목이던 강이 사라진 자리에는 갈라진 흙과 굶주림만 남았다.

두 번째 가족은 강이 마르자 서쪽으로 떠나기로 했다. 결정이 쉬웠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축적된 경험이 있었다. 몇 차례 탐험을 나갔던 덕분에 이틀 거리에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낯선 풀과 뿌리 중 어떤 것이 먹을 수 있고 어떤 것이 위험한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불씨를 품은 채 이동한 그들은 새로운 땅에 도착해 다시 불을 지폈다. 불은 밤의 짐승을 막아주었고, 낯선 사냥감을 익혀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위험하고 낯선 세계가 이 가족에게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었다.

두 가족의 운명은 갈렸다. 익숙한 것만 고수한 가족은 줄어드는 자원 속에서 쇠퇴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 가족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젖히며 살아남았다. 여기서 호기심은 단순한 성격의 차이가 아니었다. 생존과 멸망을 가르는 갈림길에서, 미래를 선택하게 한 본능이었다.


뇌가 새로움에 반응하는 방식

이 이야기는 상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원리는 실제로 우리 뇌에 새겨져 있다.

인간의 뇌에는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전용 회로가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회로의 핵심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쾌락 그 자체가 아니라 쾌락에 대한 기대를 만드는 물질이다. 새로운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이 아니라, 낯선 냄새를 맡고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에 도파민이 분비된다. 답을 얻었을 때가 아니라 답을 찾고 있을 때 뇌가 보상을 느낀다는 뜻이다.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연구팀은 원숭이 실험을 통해 도파민이 새로움 추구 행동을 직접 조절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원숭이들은 익숙한 선택지 대신 새로운 선택지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탐색 행동이 늘어났다. 반대로 도파민 수치가 낮아지면 익숙한 것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두 번째 가족의 아버지가 새로운 돌을 집어 들었을 때, 그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있었을 것이다. 첫 번째 가족의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을 때, 그의 뇌는 도파민 대신 위험 회피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시스템이 단순한 보상 회로와 별개라는 점이다. 2022년 워싱턴대 연구팀은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불확정대(zona incerta)'라는 영역이 새로움 추구를 직접 제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도파민 보상 시스템과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즉,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충동은 먹이나 짝을 향한 욕구와는 다른 별도의 동기 체계에 의해 구동된다는 뜻이다. 호기심은 보상의 부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뇌에 내장된 독립적인 구동 장치였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우리가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두근거림, 처음 보는 음식을 앞에 두었을 때의 설렘, 낯선 분야의 책을 펼쳤을 때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 이 감각들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수십만 년에 걸쳐 다듬어진 생존 본능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강이 마르고 숲이 사라지던 시절, 그 두근거림에 응답한 사람들이 살아남았다. 두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돌을 집어 들었던 사람, 낯선 풀의 맛을 혀 끝으로 확인했던 사람,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품어 새로운 땅까지 걸어갔던 사람. 그들의 유전자가 지금 우리 안에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두 가족의 이야기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인류가 수십만 년 동안 되풀이해온 선택의 축소판이다.

한쪽에는 익숙한 것에 머무르려는 힘이 있다. 이 힘도 생존에 필요했다. 검증된 먹이를 고수하고, 안전한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위험을 피하는 전략은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효과적이었다. 뇌의 편도체가 보내는 두려움의 신호,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항상성 본능. 이것들은 쓸모없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를 무모한 위험에서 지켜주는 안전장치다.

다른 쪽에는 새로운 것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힘이 있다. 이 힘은 환경이 변할 때 빛을 발했다. 강이 마르고, 숲이 줄어들고, 기후가 바뀌는 순간. 안정 속에 머무르는 것이 곧 죽음이 되는 순간에, 새로움을 향한 충동이 인류의 진로를 바꿨다. 불을 다루려는 모험, 돌도구의 변형, 낯선 땅으로의 이주. 이 모든 전환점에서 작동한 것은 호기심이었다.

이 두 힘은 언제나 긴장 속에 공존해왔다. 안정과 탐험, 두려움과 호기심, 보존과 변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새로움을 향한 손이 인류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손은 거의 언제나, 걸어서 그곳에 도착했다.

호기심이 열어젖힌 것은 단순한 생활 기술의 확장이 아니었다. 새로운 돌을 깨부수는 행위는 자연의 물성을 이해하는 틀을 바꿨고, 낯선 집단과의 만남은 타인과의 관계를 재조직했으며, 불을 다루는 경험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미리 그려볼 수 있는 능력을 열어주었다. 호기심은 생존의 본능이었지만, 그 본능이 만들어낸 것은 생존을 넘어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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