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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e Aug 09. 2022

Bento, 할 일 앱을 넘어 방법론을 담다

가장 심플한 할일관리 도구 



iOS Application


도시락에 개구리 반찬 챙기셨나요?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 속에도 등장하는 개구리 반찬은 당근메일 구독자분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반찬이죠. 개구리는 바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할 일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들을 먼저 해치우고 나면 하루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해지는데요. 미팅을 할 때도, 쉴 때도, 약속 모임에 나갈 때도 끝내지 못한 중요한 일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중요한 일은 하기 싫어서 계속 미루다가 책상 정리하기와 같은 사소한 일들을 겨우 다 마치고 나서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이미 체력이 고갈되어 진짜 중요한 일들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거나 혹은 마감 시간 내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죠. 그래서 왜 중요한 일을 먼저 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미루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죠.


생각만 해도 끔찍한 개구리 먹기... 마치 꼭 해야하는 중요한일을 설명하기에 지나치게 적절한 메타포가 아닐까요?



중요한 일을 미루는 이유


우리가 중요한 일을 미루는 이유는 사실 그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그 일을 시작조차 못 하게 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런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쉬운 일들을 먼저 처리하려고 합니다. 결국 잘하고 싶은 심리적 불안함이 일을 미루고 딴짓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덩어리의 개구리 (가장 중요한 일)을 바로 먹어 치우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개구리를 먹어 치우기 전에 식탁보를 치우거나(책상 정리), 더 예쁜 그릇을 준비하는(다른 생산성 툴 사용해보기) 등의 딴짓을 하게 되죠. 그런 일들은 쉽고, 그 일에 집중하다 보면 불안함이 잠시나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잠시동안 사라진 불안함은 딴짓을 끝내자 마다 다시 밀려오고 말죠.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불안함이 원인임을 알았으니 조금만 변화를 주면 개구리 먹기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개구리 먹기와 관련이 없는 다른 일들로 불안함을 해소하기 보다는 개구리 먹기와 관련된 일들이지만 쉬운 일들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구리를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자르기, 개구리를 먹으면서 함께 먹을 음료수를 준비하기와 같이 개구리 먹기에 연관된 가벼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주간보고서 만들기’라는 업무가 있다면 ‘지난주 캘린더에서 주요 업무 및 일정 뽑아내기'와 같은 쉬운 일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쉬운 일을 먼저 만들어 두면 부담이 적어 업무를 시작하기 쉬워지고 쉬운일이 끝날때쯤엔 어느새 그 일에 몰입되어 나머지 개구리를 다 먹어 치울 동력을 얻게 됩니다.



Bento, 더 적게, 더 의미있는 일을 하기


오늘 소개해드릴 앱은 Bento 라는 앱입니다. 즉, 도시락을 의미합니다. 어린 시절 소풍 때 즐겨 사용하던 도시락통은 일반적으로 밥, 메인 반찬, 서브 반찬 이렇게 3칸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Bento는 이 개념에 착안하여, 하나의 테마를 바탕으로 어려운 업무, 중간 업무, 쉬운 업무로 나누어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된 단순 할 일 관리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당근메일 글쓰기라는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 이를 3가지로 세분화하면 당근메일 글쓰기,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한 자료 준비 및 리서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섬네일 제작 및 뉴스레터 발행 준비 마무리와 같이 3가지 업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서브 반찬은 ‘자료 준비 및 리서치'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당근메일 글쓰기'가 됩니다. 이렇게 미리 밥과 반찬통에 담아두고 해치우고 싶은 것부터 해치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개구리를 해치우는 3가지 방법


Bento 에서는 아래의 3가지 방식의 업무 해치우기 패턴을 제공합니다.


Eat That Frog (큰 → 중간 → 작은)

Climb The Summit (중간 → 큰 → 작은)

Slow Burn (작은 → 중간 → 큰)


일이 바로 진행되지 않을 때는 쉬운 일부터 중간일 그리고 큰일로 이어가는 패턴을 선택할 수 있고, 의욕 넘치는 날에는 바로 큰일부터 처리할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 중간 정도의 일과 큰일을 먼저 마치고 난 뒤 여유 있게 쉬운 일들을 끝내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그때 나의 컨디션이나 분위기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끝마칠 수 있죠.



깔끔한 UX와 다양한 템플릿


Bento 는 3개 이상의 업무를 등록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만약, 추가로 업무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Bento 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Bento 를 다 해치워야만 다음 Bento 로 넘어갈 수 있죠. 굉장히 단순한 업무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할 일 관리 도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지금 해치울 업무들만 Bento 에 덜어내어 해치우는 방식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마치 냉장고에서 반찬을 덜어내듯 말이죠.)



또한, 다양한 템플릿을 사전에 제공하고 있어 기존의 템플릿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업무 루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또는 저녁마다 반복해서 실행하는 루틴을 만들 수 있고, 혹은 운동 루틴을 만들 수도 있죠. 이렇게 자주 사용하는 템플릿들을 관리하면 그때마다 매번 도시락을 쌀 필요가 없습니다.



심플하지만 핵심을 담은 도시락


Bento는 스스로 자신들이 할 일 관리 앱이 아닌 할 일 관리 방법론이라고 말합니다. Bento 라는 곳에 할 일을 덜어두면 다른 업무들에 대한 방해를 줄이고 온전히 그 세 가지에만 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업무는 타이머와 함께 집중할 수 있으며, 시간이 가는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음악도 함께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일은 적게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먼저 하라는 그들의 메시지도 그간 당근메일에서 다루었던 이야기들과 일맥상통합니다. 의미 있는 일이란 자신이 세운 가치관과 지속이 가능한 삶을 위한 최우선적인 일을 말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먼저 Bento에 담아 처리함으로써 더욱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Bento 라는 이름에서처럼 일본풍의 디자인이 많이 두드러지는 점이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프로덕트 입니다. 또한 가격도 7.99 USD로 다소 비싼 편이죠. 만약 여러분이 Bento의 3가지 씩 덜어서 일을 해치우는 컨셉만 잘 이해하고 있다면 Bento앱을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할 일 관리 안에 ‘오늘의 도시락’이라는 리스트 또는 폴더를 추가로 만들어 업무를 처리해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혹은 #도시락 과 같은 태그를 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도시락 태그를 추가해서 기존의 To Do 앱을 Bento 처럼 쓸 수 있다. 물론 Bento 만큼 심플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아직 iOS만 지원한다는 점과 업무 중 타이머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였습니다. 그러나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프로덕트인 만큼 그 신선하고 심플한 컨셉이 매우 만족스러운 제품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꼭 Bento 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오늘 여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딱 3가지 일만 도시락에 덜어두고 도시락 하나씩 해치워보세요. 잔뜩 쌓인 뷔페 같이 그 엄청난 양에 겁에 질려 먹어치우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을 접시에 조금씩 덜어 먹다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수십 접시를 해치우게 될지 모르니까요. 회전초밥을 먹어치우던 우리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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