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갈림길에서 ‘갭이어’ 시작하기

현실을 바꿀 순 없다면 스스로 '관점'을 바꿔 직면하리라.

by 제니
"만약 여러분들이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 즉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다면 자녀들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덜어주라. 심리학적으로 말해 자녀에게 '깨끗한 유산'을 넘겨주는 것이 가장 위대한 상속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본인의 심리구조 안으로 되가져옴으로써 자신의 의식도 진일보하게 된다. 자기 내면의 심리구조 안에서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그림자는 전인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_by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_로버트 존슨> 中


1111.PNG ▷'이미지 출처'_by book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中



‘갭이어(Gap year)’가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지난, 3월 둘째 주부터 자발적으로 ‘갭이어’를 가지고 있다. 사실 ‘갭이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건 5년여 전쯤 일거다. 나의 케렌시아인 '모티프원' 이안수 쌤의 막내 아드님이 ‘갭이어’를 갖고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전에도 이 용어를 알고 있을 순 있었겠지만, 명확하게 가슴에 박힌 건 그때부터다.


‘갭이어(gap year)’란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영미권에서는 중학교 졸업 이후, 대학교 입학 전, 후 이 기간을 가진다고 한다. 일찍 결혼했으면 ‘갭이어’를 갖고 있는 자녀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갭이어’는 나와는 맞지 않는 이야기 일 수 있겠지만 머릿속에 ‘갭이어’가 떠오른 건 숙명적이다.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 해 CC(캠퍼스 커플)도 하며 교정을 누리겠다는 샤방샤방 꿈을 꾸는 10대 시기, 취업과 결혼(미래의 배우자가 누가 될 것인가)의 보다 현실적인 목표에 매진하는 20대, 뒤돌아보니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며 나는 누구인가, 지금 이곳은 어디인가 종종 대뇌이는 30대에 접어드니 ‘시간’이 필요했다.


29살에 연애 해 서른 살에 결혼하고, 서른둘에 아이를 낳고 어쩌다 보니 서른여섯 줄에 접어들었다. 자녀가 2~3명만 있더라도 여자의 30대 시기는 임신, 출산, 육아의 삼박자 서클에 맞물려 훅 가기 쉬운 연령대이다. 나 또한 이제 제법 말이 통하는 아들이 5살이 된 지금에야 조금 여유가 생기니 말이다. 임신부터 시작하면 짧게는 대략 3~5년이다.


물론, 남성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본인들 또한 정신없이 일하고 아기 키우다 보면 30대가 지나 40대에 접어든다고. 맞는 말이지만 그 폭풍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고뇌하는 여성 동지들 보단 덜 한 건 객관적인 팩트다.




30대,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서다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라는 아름다운 생명의 탄생 소리가 들려오면 남성들은 가장의 어깨가 무거워져 더욱 분발해야 함을 느낄 것이다. 이제 한 가정의 제대로 된 ‘가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다. 내 꿈은 접고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허나, 여성 동지들에게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라는 말은 소중한 생명 탄생의 기쁨인 동시에 여러 상황에서 매 순간 선택해야 함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종소리인 줄도 모르겠다.



일 하는 여성이었다면 임신 후에도 계속 일을 할 것인지 쉴 것인지, 특히나 뱃속에서 약하게 자라 자궁에 피가 고이고 유산 끼가 있으니 당분간 누워 있어야 한다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말을 들을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겠다. 졸림과 어지러움, 왠지 모를 피곤과 입덧의 폭풍 시기를 지나 중반기에 접어들면 잠시 좋아진 컨디션으로 조금 살만해진다. 그러다 배가 남산만큼 나오는 말기에 접어들면 출산준비,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 준비, 산후조리원 또는 도우미, 주변에 산후조리를 해 주실 분들(친정엄마, 시어머니, 남편 등)을 찾아야 한다.


자연분만을 할 것이냐, 제왕절개를 할 것인가, 모유수유를 할 것인가, 분유 수유를 할 것인가, 일하는 맞벌이 부부라면, 어디 근처로 이사 가서 육아지원을 받을 것인가 등 '끝나지 않을 선택지'를 고민하다 보면 소중하게 찾아온 아이는 웬만한 회사일 저리 가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매우 주관적인 일임을 밝혀둔다. 어떤 분들은 너무도 간절히 아이를 원하지만, 아이가 잘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매우 숭고하게 아이의 임신, 출산, 탄생까지 기쁨과 가득 찬 행복으로 경험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큰 고민과 어려움 없이 출산 전용으로 태어났다고 할 만큼 수월하게 출산하고 애를 낳는 경우도 봐왔다. 그러나 선택은 선택이다. 선택 후 180도로 달라지는 것 또한 ‘선택 이후 책임’이다. 남편들은 애 낳았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물론, 본인 시간이 없어지며 회사에 더욱 충성해야 하고,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육아 전투에 동참해야 하는 것 빼곤 말이다.


우리 여성 동지들은 무엇이 달라지는가. 몸매와 체형이 달라진다. 사는 곳과 직업이 바뀌기도 한다. 표정이 변한다. 가끔 우울증도 찾아오고 아이의 이상행동과 본인을 동일시한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죄책감도 늘어나는 동시에 욕구불만도 쌓여간다.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관점’을 바꿔라


‘아이’는 매우 예쁘고 귀한 존재지만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다. 맛있는 거 우아하게 먹고 싶고, 실력 발휘 해 일해서 인정받고 싶고(아닌 분들도 있다. 일반화가 아님을 밝혀둔다.) 주도적, 독립적 성격이었으나 어느덧 남편을 기다리고 남편에게 '기대'가 커진다. 그리고 커진 기대만큼 '실망'의 횟수도 늘어난다. '00엄마'가 아닌 ‘존재 자체’로 불리고 싶어 진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다. 어차피 인생 라이프사이클에서 잠시간 ‘단절’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이 그지 같은 현실을 탓하고 나라를 원망해봤자 현실은 그대로이다. 의미부여를 했다. 잠시간 단절을 갖게 된다면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단어가 바로 ‘갭이어(gap year)’였다.



아이 낳고 갈 데도, 할 것도, 만날 수 있는 사람도 한정적이다 보니 문화센터를 전전하거나, 엄마들 모임에 나간 적도 있지만 나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시간이었다. 일종의 리프레쉬라고 하겠다.


또 하나, 모성이 위대한 이유는 아이를 임신, 출산, 양육하는 일을 하며 아이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그 전에는 몰랐었다 ‘엄마’라는 글자가 이토록 어려운 이름이었는지. 모범적으로 자라왔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럭저럭 인생 과제들을 잘 해결해왔고, 크게 모나거나 이상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잠시 만나는 관계들, 단편적이고 속을 다 보이지 않는 관계들 속에서 웃으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하기도 했지만 아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정직했다.


표면적이고 계산적인 행동들이 아닌 원초적이고 매우 날것의 행동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것도 가장 어리고 약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나의 아이에게서 말이다. 내 뱃속에서 품고, 낳고, 먹이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그 대상에게 아이러니하게 가장 폭력적일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건 아닌데, 다들 그렇게 커 왔다고 합리화할 수 있겠지만, 아이는 내가 물 주는 대로 자라나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만나는 사람들, 적업 선택, 배우자 선택 등 모든 것의 기본이 ‘엄마와의 관계’라는 생각이 드니 무서워졌다.


내 안에 있는 어떤 미숙한 것들을 발견까진 했지만 계속 제자리걸음이기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자발적으로 ‘갭이어(gap year)’를 시작했다. 오롯이 내가 결정하고, 경험하고, 부딪히는 시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의 경제력과 의지로 만들어가는 시간, 내 안의 괴물을 달래주고 진정시켜 이제 그만 잠재우는 시간. 겉으론 웃고 있지만 이유 없는 눈물로 울부짖던 가슴속 슬픔을 달래주는 시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을 그렇게 만들기로 다짐했다.


우리 아이에게 깨끗한 심리적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시작, 그것이 나의 ‘갭이어(gap year)’다.


*갭이어(gap year)란?‘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는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며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한다. 영미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중등교육을 끝내고 고등교육을 받을 예정인 학생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갭이어는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해외봉사, 인턴, 여행, 워킹홀리데이 등의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었다. 이 제도가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자 아일랜드에서 이를 전환학년제라는 이름으로 도입하였고 학생들의 참여율, 만족도가 높아 유럽 국가들에서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의 대학 중도포기에 대한 대책으로 도입되었으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중도포기율이 급격히 저하되자 대학 입학 전에 갭이어 제도를 권장하거나 조건부 입학제도로 운용하고 있다. 아일랜드, 영국,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갭이어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2011년 JGAP이라는 이름으로 갭이어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한국 갭이어가 설립되어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갭이어 체험을 지원하고 있다.

출처_네이버 지식백과/갭이어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사랑할 때 내면에서 올라오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기’를 기본 처방으로 내놓습니다.

_by 김형경 <천 개의 공감>


‘갭이어 프로젝트’를 하면서 올라오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자 한다.

때론 환희와 희열이, 때론 절망과 우울이 나락으로 떨어질 듯하더라도 오롯이 순간의 감정을 느끼고, 바라보고 인정해주리라. 35년간 감정을 취사선택으로 허용하고, 인정하고, 억압해온 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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