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은 훈련, 노력, 연습, 자제라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신전은 오직 하나뿐이니, 그것은 인간의 몸이다."
_by.노발리스(독일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철학자)
지난 3월, 퇴사하고 첫 3주는 분주하게 지냈다. 첫 일주일은 삼시 세 끼 차리고 치우고 아들 뒷바라지하는 것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둘째 주부터 한 2주간을 유치원에 몇 시간을 보내곤 15년 전 24부작 드라마를 3일 안에 몰아보는 등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너무 움직임이 없어서일까, 긴 통근시간의 출퇴근에서 쓴 에너지들을 못 써서일까, 한 달 안에 2~3kg이 훅 불고 말았다. 역시나, 빠지는 것은 힘든데 찌는 건 순식간이다. 이러다 작년에 5kg 빼놓은 것이 도로아미타불 될까 월, 수, 금 오전 10시에 ‘줌바’를 3주 정도 경험했다. 일단 1시간 정도 신나는 음악에 열정적으로 몸을 흔드니 땀이 비 오듯 났다. 4월부터 줌바를 등록할까 고민하다 다른 운동을 찾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회원수가 많다 보니 관리가 잘 안됐고, 살은 빠질 수 있으나 몸을 관리하긴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다시 찾은 것은 ‘필라테스’였다.
퇴직 전, 회사 교육비로 몇 번 해보긴 했는데 수원, 서울 주말부부 일정으로 빠진 날이 더 많았다. 기구 수업은 너무 비싸 오전 소도구 그룹수업을 테스트 체험 한 뒤 과감하게 16만 원을 결제했다.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수년간 굳어진 내 뼈를 조금이나마 바로잡는다는 마음으로 갭이어 계정에서 결제했다.(목표 운동 날수가 5개월이니)
8명이 정원인데 매번 3~4명이 수업을 할 때가 많다. 보수라는 동글동글한 기구 위에서 할 때도 있고, 짐볼이나 폼블러 등을 활용해서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워 땀이 몽골몽골 난다. 주 2회 1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아들 유치원 보내 놓고 집 정리 후 후다닥 뛰어가 수업을 듣는다.
나는 예전에 샀던 요가 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데 필라테스 옷을 사고 싶으나, 살이 더 빠진 상태에서 사고 싶은 마음에 그냥 있는 옷을 입고 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출산과 일로 인해 많이 망가진(?) 몸을 대할 때마다 짠한 마음이 몰려온다. 거북목, 틀어진 어깨, 울퉁불퉁한 셀룰라이트 등을 마주하자니 부담스럽다. 식이요법과 함께 5개월에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확실히 규칙적으로 출근하지 않고 끼니를 잘 챙겨 먹지 않아 체중은 붙고 왔다 갔다 한다. 조급한 마음을 뒤로하고, 굳어진 뼈라도 필 생각으로 빠지지 않고 운동을 간다는 것에 초점을 두기로 다짐해본다.
“우아함은 노력, 안팎의 노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연습하고 전념하고 자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어떤 생각이 떠오를 경우 곧바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지혜를 얻게 되는데, 그것은 연습에서 비롯하는 습관이다.
_<Book_우아함의 기술 中>
소그룹 주 2회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어언 두 달째 접어들었다. 보통 월, 목 오전 수업을 가서 소도구 레슨을 배웠다. 밴드 운동도 하고, 짐볼과 반구형태 보수 위에서도 배웠다. 수요일은 11시에 수업이 있는데 얼마 전부터 ‘발레’ 수업을 한다고 했다.
별생각 없이 운전연수 일정이 있어 수요일 예약을 하고 필라테스 학원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발레 필라테스 후, 내 다리가 이렇게 후덜 거릴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외모도 우아하게 생긴 누군가가 인사를 했다. 웬일로 회원이 먼저 인사를 할까 싶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아까 상냥하게 인사를 건넨 그분이 올라오셨다. 아, 발레 담당 선생님이시구나… 오늘은 강사 선생님을 제외하고 나 포함 세 명이 함께 수업을 했다. 발레 바를 가운데 가지고 온 뒤 스트레칭부터 시작되었다. 오늘 발레 필라테스는 처음인데 눈치껏 따라 하며 스트레칭을 했다. 우선 나를 제외한 두 명의 회원님들은 늘씬늘씬 발레 느낌이 묻어났다. 나는 여전히 줌마 내음 풀풀 풍기며 뭔가 신이나 있었다.
요즘 읽고 있는 <우아함의 기술>에서 발레리나에 대한 내용이 다뤄진 게 기억났다. 무대 위에서 한 마리의 우아한 백조의 모습. 우아함의 절정은, 정말 힘든데 힘들지 않게 수월히 해내는 데 있다고 한다.
1시간 수업이 끝날 즈음, 나는 책 속 그 문장이 얼마나 어려운 지 깨달았다. 우리는 다이어트에 성공하거나, 아이돌 여자 연예인, 늘씬하고 아름다운 성공한 사람들을 시기하며 치킨을 뜯으며 키보드로 비난 댓글을 달기도 한다. 하나, 나는 이 1시간을 경험한 뒤 성공한 사람들은 그만한 자격이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스트레칭이 끝나고 바를 잡고 다리 동작이 시작됐다. 평소 힘이 많이 들어간 나는 선생님께 몇 번 힘 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에 힘을 주라고 하는데 도통 느낌을 모르겠다. 절정은 다가오는데, 무릎을 접었다, 발끝을 세웠다, 다시 내렸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등줄기에는 땀이 줄줄줄 흘렀다.
평소 발레리나들은 그저 숙련됐기에 수월하게 이런 동작들을 해내는 줄 알았다. 하나, 그들도 매번 힘겹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연기를 하며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니 감탄의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 정도로 힘들 줄이야…
경험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우아함은 쉽게 되는 게 아니구나……훈련, 또 훈련!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
-어려운 일을 쉬워 보이게 함으로써 우아함을 얻는 태연함을 지칭하는 용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건 노력이 드러나지 않게끔” 하는 것인 동시에 꾸밈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힘들게 애를 쓰는 것은 “우아함의 극단적 결핍을 보여주는”반면, 수월하게 하는 것은 “최고의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재주”라고 백작은 말한다.
_by 발데샤르 카스틸리오테(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외교관) 가 만든 말
발레스트레칭 첫 날 가장 어려웠던 건 ‘스피드’였다. 기질적으로도 그렇고 빠른 나는 오늘 수업에서 각 동작을 따라 하는데 있어 천천히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우아함은 느긋느긋하게 여유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하겠구나…
기질상 급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발레수업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 다이어트를 떠나 한 템포 느리게…음악에 맞춰 포인, 포인, 손, 발, 배, 등 온몸 구석구석 세포를 느끼며 동작 하나하나를 하는 것이 일종의 수행이자 훈련이 되겠다.
나를 똑 닮은 우리 아들도…태권도 대신 발레를…한 번 고민해 봐야겠다.
*벨라피구라(bella figura)
-‘아름다운 모습’으로, 몸을 잘 가꾸고 옷을 잘 차려입고 예절 바르게 굴어 좋은 인상을 주는 것
-세상에 나가기 전에 최고의 모습을 만드는 것
“엄격함보다는 즐거움, 편안함, 눈에 띄지 않는 암시, 이런 것들이 델라 카사가 말한 ‘빛의 방식’에 기여한다. 사소한 것들로 수선을 피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는 것 말이다. 수선을 피우는 것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두드러지고 싶은 마음에서다.. Book_우아함의 기술 中
“우리는 우아함의 공백기라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눈과 귀에 장치들을 연결한 채 마음이 저 멀리 가 있어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물리적, 정서적으로 어떤 인상을 주는지 알지 못한다."
_<Book_우아함의 기술 中>
(발레 필라테스 하다 손목 염증 온 게 아직도 아파서 운동은 임시휴업 중 ㅠㅠ 대신 자전거타기와 산책으로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