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그리 크지는 않은 내 키 높이만큼 올려진 이민 가방 안의 한국식 밑반찬들은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염려가 떠 오를 무렵 비행기 창문 너머 아래로 프랑크푸르트 도시의 야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프랑크푸르트의 야경이긴 한 걸까. 왜 온 걸까. 군 면제로 2년 먼저 온 친구는 기다리고 있을까. 기왕이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기다리면 좋으련만 뮌헨 공항에서 기다린다니 조금은 난감하다. 여전히 머릿속은 그저 뭘 먹을지, 숙소의 모양은 어떠할지, 길을 잃지는 않을지 하는 불안 이외에는 아무런 그림도 그려지지 않는다. 애초에 그린 그림이 뭔지도 모르겠다. 피눈물을 흘리며, 엉터리 독어와 엉망진창 영어가 뒤섞여,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뮌헨 행 비행기로 갈아탄다. 이윽고 도착한 뮌헨 공항을 나서자 멀지 않은 곳에서 씩 웃고 있는 친구가 보인다. 변한 건 없다. 그저 보이면 가는 곳.
틈 없이 떠들어 대는 나와 친구가 정겹다. 가난한 자와 가난하지 않은 자도 충분히 서로를 아낀다. 알고 있다. 27살은 여전히 찬란했고 독일의 첫 밤은 그와 마신 맥주로 익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