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한 엄마, 아픈 아들

아이를 품다 #46

by 채온




H가 아파서 많이 고생을 하고 있다.

화요일 날, 지도교수님께서

남한산성 답사를 가신다고 하셔서

거기에 동학들과 다녀왔다.


일찍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저녁 6시 반경에

그것도 용케 빠져나왔고,

8시가 다 되어서야

H를 집에 데려올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즐거웠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랑 나누었다.

9시 반쯤 되었을까.

H가 자기 소파에 늘어지듯 드러누워서 칭얼거렸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체온을 재어보니 38도가 넘어선다.

얼른 해열제를 먹이고, 아픈 아이를 다독여 재웠다.


수요일은 아침 1교시 강의라,

7시 30분이면 H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야 한다.

그래서 이런 날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면

정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울고불고 아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결국 맡겼다.

며칠 하지 못한 일을 하느라,

학교에서 2시에 나섰다.

오후 3시쯤 H를 데리고

다니던 소아과를 찾았더니

하필 오늘이 오후 진료가 없는 날이다.


결국 주변의 의원에 들러서 진찰을 했다.

‘심하게 걸렸네.' 열감기란다.

약을 지어 집에 돌아왔는데,

아이의 건강상태는 더 나빠졌다.

아예 맥이 빠져서 움직이질 못하고

드러눕기만 한다.


밥도 먹지 못하고 내처 잠만 자는 아이...

오후 4시쯤 잠이 든 아이는

저녁 8시 30분이 되어서야 일어난다.

배가 고픈가 보다.

쇠고기 볶음밥을 만들어 먹였다.

아파도 H는 죽을 먹지 않아서,

결국 이렇게 볶아서 먹였다.

그래도 한 공기를 비웠다.

자고 나서 한결 나은지 좀 놀다가

약을 먹여 다시 재웠다.


목요일 아침,

H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이상하게도 한 방향으로만 누워서

자기 몸에 손을 못 대게 하고 아프다고 운다.


오른쪽 귀와 볼 부근을 자꾸 만져대서

거기가 아픈 것 같아서 물어도 아니란다.

배가 아프단다.


근데 거기는 왜 손대? 엄마가 만져봐?

그리고 만지면 아프다고 막 울어댄다.

안고 달래고 다시 둘러업고 소아과로 달려갔다.

대기자가 너무 많다.

감기 환자가 많다.


아이들이 모두 열이 많이 나고

이번 감기가 그렇다고

엄마들이 한 마디씩 한다.


아이를 진찰한 선생님은

이곳저곳 들여다보더니

목이 빨갛게 부었단다.

그래서 열이 났을 거란다.

배도 진찰하더니,

감기 들면 아이가 배도 아플 수 있다고....

이틀 치 약을 사가지고

또 집으로 왔다.


명랑하고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 아이가

등에 달라붙어서 울기만 한다.

병원에 다녀와서 고꾸라져서는

오후 3시 30분까지 또 지친 듯 잔다.


일어난 아이에게 이것저것 먹여본다.

죽도 끓여주고(죽 싫어하지만,

너무 아프니까 밥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서),

콘프레이크도 우유에 말아주고,

바나나도 먹이고, 감귤주스도 먹이고,

배도 깎아 달래서 깎아주고...


결국 저녁으로 먹은 죽은 다 토해버리고,

다시 밥을 먹였다.


자꾸만 귀와 볼을 만지는 것이 신경 쓰인다.

혹 볼거리일까. 중이염일까.

이 걱정 저 걱정에 하루 저녁이 길기만 하다.


아이의 기분이 좀 나아지게 하려고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낚시놀이'를 같이 해주었더니,

재미있다고 좋아한다.


금요일 아침, 최악이다.

밤새 고개를 한 방향으로만 하고 잠든 아이.

뒤척이지 못해서 힘들어하더니,

내가 새벽에 한 번 몸을 돌려주었는데....


코피가 침대를 가득 적셔 놓았다.

얼른 일어나 아이를 씻기고, 이불을 갈았다.

H는 계속 얼굴 부위로 손을

못 대게 울어댄다.


다시 둘러업고 병원으로 간다.

아직 9시도 안 된 시간.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나오셨다.

얼른 H를 봐주시는데,

귀 안을 들여다봐도 아무 이상 없고,

귀 밑을 보시더니 '볼거리'란다.


‘이하선염'의 일종인대,

유행성 바이러스에 의한 것은 '볼거리'이고

세균에 의한 것은 '이하선염'에 속한다.


피검사를 해야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는데,

결과 나올 때까지 며칠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얼른 약을 먹이는 것이 중요하단다.


정확히 알 수는 없기에

어린이집도 보낼 수 없고,

앞으로 5일은 더 퉁퉁 부어서 고생할 수 있다고...


휴~~ 한숨만 나온다.

중이염이 아니라 한숨 돌리긴 했지만,

어쨌든 볼거리를 하니, 얼마나 아플 것인가.


그것도 모르고 엄마는 내내

열감기라고만 여겼다.

아이가 아프면 이런 게 정말 어렵다.


나는 어릴 적에 볼거리와 이하선염을 달고 살아서

그것이 얼마나 아픈지 안다.

하필 그런 것도 나를 닮은 걸까.

나 자신을 책망해 본다.


지금 H는 자기 소파에 누워서

침대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아예 드러누우면

고개를 돌리지 못하니 더 아픈가 보다.

소파에 기대어 있는 것이 훨씬 편한지....


어린이집도 며칠 가지 못할 것이고,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예방주사를 맞았음에도 볼거리를 앓는 걸 보니,

H가 유난히 면역력이 약한 것인지....


후배가 내게 물었다.

정말 아이를 잘 먹이고 잘 키우고 있는 거예요?.....

그래... 내가 뭔가 아이를 잘 못 키우는 거 아닐까.


H가 아플 때마다 이 걱정, 저 걱정...

내가 제대로 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


H야. 아프지 말자.

엄마가 아파주면 좋으련만,

그게 안 되는 이상... 너무 마음 아프다.


H야. 네가 더 아프지? 미안해....


2008. 11. 21.




2026. 5. 1.


며칠 전에 강아지가 거실 창틀에 올라가

밖을 구경하고 있더니

내려오다가 발톱이 꺾였나 보다.

아프다고 낑낑 소리 높여 울길래

발을 좀 주물러 주고 안아 주었다.


잠시 일하느라 바빴는데

휴가 복귀를 준비하던 H가 소리쳤다.

강아지 발에 피가 뚝뚝

녀석은 피범벅인 제 발가락을 계속 핥고 있었다.


일단은 흐르는 물에 씻기고

지혈을 하려고 봤다.

피는 이미 멈추어 있었다.

일단은 핥지 못하게 넥카라를 씌우고

상태를 지켜보았다.


잘 걷고 잘 먹는다.

하룻밤은 상태를 계속 체크했다.

그날 밤, W는 학교에서 돌아와서

난리를 쳤다.

만 11살 7개월 노견을 홀대한다고.


근데 걱정 말아라.

내가 강아지를 얼마나 많이 공부했는지

그리고 그 수많은 이론서들보다도

가장 우선인 것은

이 아이의 고유한 습성과 패턴.


의사들의 말은 항상 평균을 말하는 것이었다.

난 오로지 우리 강아지에 최적화된 보호자일 뿐.


이틀 후, 강아지의 발톱이 빠졌다.

그 이틀 후, 녀석은 강릉 바닷가를 신나게 걸었다.

오랜만의 여행에 내게 애교를 지어 보이는 표정


이제 산전, 수전, 공중전….

아들 둘에 생각지도 못한 강아지 한 마리까지

키워 오면서 웬만한 강심장은 저리 가라 되었다.


아들 둘은 무사히 건강하게 잘 자랐다.

남은 일은 하나.

나보다 훨씬 어렸으나

금세 나이를 먹어버린 나의 강아지.


다행인 것은 동안이고,

피부나 모든 것의 노화가 더디다.

그런데 눈은 주인을 닮아 그런가.

약을 챙겨주는데도 늙어가는 게 보인다.


아들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것처럼

이제 강아지도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래도 W가 군대 다녀올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하니 앞으로 최소

9년은 더 살자꾸나.


말도 안 되는 억지라 할 수 있으나

말 되는 억지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아들들과 내가 힘들 때

강아지가 우리와 함께 있어 주었다.


이제는 강아지가 아프면

우리가 함께 있어줄 것이다.


아들들에게도 고맙다.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자라 주어서.

강아지에게도 고맙다.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자라 주어서.


셋 다 내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위로가 되어 주었다.

고맙다. 진심으로.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