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끌 수 없었다.

태양을 피하고 싶었다.

by hani


아침 7시, 눈을 떴을 때 이미 밖의 기온은 33도였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서부터는 에어컨을 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충 잠을 깬 뒤, 아이스 캡슐 커피를 내렸다.

이놈의 나라는 희한하게도

이 더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모로코에 있는 동기는 아이스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은데, 아이스메이커를 도저히 못 구했다고 한다.

이집트도 역시 아이스 메이커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까르푸에도 홈데코에도 없었다.

여러 개 사서 쟁여 놓고 싶었지만 겨우 하나 구했다.

이 나라에서의 검색어도 몰랐다. 모양만 보고 이거다 싶어 바로 결제했다.

동기들 모두 고작 이 얼음틀 하나를 못 구해서 난리 아닌 난리였다.


집에 있을 땐 24시간 틀어둔다.

전기세 따위 두렵지 않다. 어차피 공과금은 싼 나라이기도하고.

늘 18도로 세팅은 해두지만, 단열이라는 개념이 없이 지어진 집이라 온도계는 24도 이하로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늘 암막커튼을 쳐둔다.

집을 보러 왔을 때, 왜 모든 창문에 100% 차단율을 가진 암막커튼이 있는지 여름이 돼서야 깨달았다.


약속이 없는 주말,

가끔은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안되기도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도 해서 가끔씩은 여행도 가고, 홍해에도 가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6월의 룩소르도 겨우 다녀왔는데, 7~8월엔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행은 9월에 나에게 잠시 미루고, 조금 이른 점심을 먹으려다

에어컨과 인덕션이 없어 사우나가 될 주방이 두려워

결국, 배달앱을 켰다.


그때부터

배달이 늘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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