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다 자유

소유하지 않는 삶

by 조이

나는 자연인이다.


세안 후 로션 하나, 선크림도 간신히 챙긴다.

그저 눈썹만 그리고 나서는 중년의 아줌마다.


사계절 옷은 중간크기의 박스에 다 들어갈 정도의 극강의 미니멀리스트 이기도 하다.


옷이란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는 것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내 몸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소임은 다한 것이 아닐까.


물론 상황과 장소에 예의를 갖추는 TPO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유행이나 치장보다

'보호와 기능'이라는 의복의 본질에 충실하고 싶을 뿐이다.


물건이 줄어들면 선택이 줄어든다.

선택이 줄어들면 고민도 줄어든다.


옷장이 가벼우니 아침에 고민이 거의 없다.


내가 편한 스타일을 반복한다는 건

결정 피로를 줄이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화장품이 몇 개 안 되면 관리도 단순해진다.

로션, 선크림, 펜슬..


중년의 나이에 초라해 보이지 않겠냐고?

겹겹이 덧발라 주름 사이에 화장품이 끼는 것보다

차라리 맑은 얼굴이 낫다.


사실 이렇게 덜어낸 모습이 타인의 눈에는

오히려 늘 깔끔하고 정돈된 사람으로 비치기도 한다.


결정 피로가 줄어들면 에너지가 남는다.


공간은 마음과 닮는다.

물건이 적으면 청소가 쉬워지고 집이 고요해지고 시야가 편안해진다.

이것은 결국 마음 정돈으로 이어진다.


내가 물건을 소유하는가.

아니면 물건이 나를 점유하고 있는가.


나는 물건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사람을 정리한다는 건

내 에너지를 빼앗는 관계는 정리하고 싶다는 거 아닐까.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

만나고 나면 기운이 빠지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

그것은 '자기 보호'다.


비워낸 옷장만큼이나 내 인간관계의 여백도 넓어졌다.

텅 빈 공간이 주는 고요함은 차갑지 않다.


오히려 그 여백 덕분에, 내가 진정으로 아끼는 몇 안 되는 물건과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소중한 사람들의 온기가 더 선명하게 느껴질 뿐이다.


오늘도 나는 가볍게 입고, 가볍게 바르고,

무거운 마음의 짐 없이 나만의 길을 나선다.


나를 점유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자유여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