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스토리

그 해, 우리는 ⑤

by 나춘봉씨


2주가 흘렀는데도 아직 영사에게선 연락이 없다. 대체 태국에선 어떤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답답하고 두려웠다. 메일을 쓰면 또 전화가 올까 싶어 고민스러웠다. 수요일까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려 봐야겠다.


내 일상은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산더미처럼 밀린 일들을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지경으로 바쁘게 지냈다. 그렇게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는 동안 그날의 일들은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불현듯 튀어 올랐다가 먼지처럼 가라앉아 내리곤 했다. 못된 바람이 불어와 가라앉은 상처들이 다시 떠다니는 그런 일이 안 생기기만을 바랬다.


어제는 여전히 집 밖 외출을 꺼리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남동생집에 갔다. 덕소아파트에서 사용하던 소파는 오전에 먼저 용달차로 동생집에 보낸 터였다. 주택에서 아파트 전세로 이사하였다지만 막상 가보니 현관부터 낡고 추레하여 마음이 불편했다. 어머니는 그래도 집을 넓혀 이사했다고 좋다고 하시는데 죽은 형처럼 착하고 정석대로만 살아가는 남동생이 나는 안쓰럽게 느껴졌다. 앞으로 좀 더 연락 자주 하고 더욱 부모님들 잘 모시고 살자고 얘기하자고 간 길이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없이 저녁밥만 먹고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일들은 내 인생에 있어서 토막 난 시간들 같았다. 어떤 식으로도 연결되지 않는 기억의 한 부분인 것만 같았다. 오려낸 필름조각 같았고, 전체가 재생되지 않는 영상의 한 컷 같았다.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을 위해 그동안 딱 두 번 울었다. 태국경찰병원에서 직접 싸늘하게 식어버린 형의 얼굴을 감싸 안고 한 번, 함박눈이 내리는 영화사에서 형의 영정을 올려놓고 또 한 번.. 그렇게 형을 떠나보낸 후 아직까지 꿋꿋하게 버티는 중이지만 언제 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올지 두려웠다.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차라리 자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나와 부모님과 남은 자들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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