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스토리

그 해, 우리는 ⑦

by 나춘봉씨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연일 계속된 작업들.. 풀리지 않는 일.. 게다가 펑크 난 약속.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 날들이 장마처럼 이어지고 있다. 가끔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내가 일을 너무 어렵게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어려운 일들만 하고 있는 건지.. 내가 내린 결론은 '둘 다 맞다'였다.


살다 보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곤란함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구는 나중에 큰 일을 이루라고 신이 주는 곤경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누구는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라며 난관을 헤쳐나갈 방법을 궁리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힘들어진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비정하기만 한 현실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도 한다. 그게 바로 나다.


돌이켜보니, 연초부터 내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계속된 여행들...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답답한 현실을 피해 달아나거나 장례를 치르거나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떠났다가 돌아오는 그런... 역마살 인생이 가끔 부럽긴 했지만 올해의 여행길들은 내 마음을 다치게 했다.


이젠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혼자 떠나볼까? 스스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홀로 떠나는 자라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하는 법. 정말 그렇게 한번 떠나볼까?


[2007년 5월]


누군가로부터 내 글에 슬픔이 너무 깊어 보여 흔적조차 남기기가 조심스럽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내가 슬픔을 지나치게 과장하며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싶었다. 블로그 배경이 너무 어둡다는 한 방문객의 멘트도 은근히 마음에 걸려서, 아무래도 나의 슬픔을 너무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묘사하려 해도 글이란 게 마음과 같지 않아서 실제 이상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 경우가 바로 그러하지 않았을까...


바람에 휩쓸려가는 모래처럼 슬픔이란 것도 많은 잡다한 일상 속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게 일상사란 거다. 많은 부분, 스스로 위로하고 치유하면서 요사이 며칠, 비교적 담담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 슬픔이 너무 깊다'는 말에 또다시 마음이 싸해졌다.


실은, 그날 이후 참 많이 바빴고 참 많이도 (일 때문에) 힘들었고 해서, 슬픔은 잠시잠시 꺼내보는 사진들처럼 마음 깊숙이 넣어 두었었다. 그러다가 오늘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음독자살 사건과 한 남자의 권총자살 사건과 오중위의 자살 사건이 TV뉴스에 나왔을 때도 꺼내지 않았던 그 예민하고 손상되기 쉬운 슬픔이란 단어를 끄집어내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생선 몸통에서 떨어지는 비릿하고 끈적끈적한 액체 같은 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한 걸 보니 나는 아마도 잘 살고 있는 것일 게다. 옛날처럼 게으름 속에 엉기적거리기도 하는 내 모습이 내가 적당히 일상 속에 동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주변 상황들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이고, 요즘의 나의 게으른 행태들에 대해 자각하고 비판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판단하는 생각의 힘도 많이 회복된 편. 예전처럼 행복해지고자 하는 조바심은 많이 사라졌으나, 무난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까지 죽은 건 아니니 지금처럼만 살자.


[2007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