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요즘 사람들은 왜 늘 아직 멀었다고 느낄까?

자기 기준의 상향과 끝없는 미달감

by NOAH KIM

[먼저 보기 : 6.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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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했는데도 더 많이 남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요즘 사람들은

꽤 열심히 삽니다.


준비도 하고,

버티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정리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자꾸 비슷한 말로 돌아옵니다.


아직 멀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조금 더 해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감각은 꽤 묘합니다.


분명 예전보다 더 많이 했고,

예전보다 더 많이 알고,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도착했다는 느낌은 잘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뭔가를 하나 넘으면

곧바로 다음 것이 보이고,

하나를 채우면

새로운 부족함이 생깁니다.


왜 그럴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사람이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산업·조직심리학자 Edwin A. Locke와 Gary P. Latham의 목표설정이론(Goal-Setting Theory)은

구체적이고 어려운 목표가

막연한 목표보다 더 높은 수행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표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주의를 모으게 하고,

노력을 지속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목표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곧바로 만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목표가 분명해질수록

사람은 지금의 위치보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지점을 더 자주 보게 됩니다.


즉, 목표는 방향을 주지만

동시에 결핍의 감각도 강화합니다.


취준생은

합격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동안

자신이 이미 해낸 것보다

아직 채워야 할 것들을 먼저 봅니다.


직장인은

성과와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동안

이미 쌓아온 것보다

아직 부족한 역량과 다음 평가를 먼저 봅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을 바라보는 순간

현재의 자리는

완료된 자리라기보다

잠시 머무는 자리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목표는

사람을 전진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늘 조금 부족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칩니다.


사람은 절대적인 기준으로만

자기 삶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행동경제학자 Daniel Kahneman과 Amos Tversky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은

사람이 결과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기보다

어떤 기준점, 즉 준거점(reference point)을 기준으로

이익과 손실을 판단한다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느냐보다

내가 어디쯤 가 있어야 한다고 믿느냐가

감정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늘 아직 멀었다고 느끼는지 이해가 쉬워집니다.


문제는 실제 성취의 양이 아니라

기준점이 자꾸 올라간다는 데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정도면 꽤 괜찮다고 느꼈을 일이

지금은 그저 기본처럼 보입니다.


예전에는

여기까지만 와도 안도할 것 같았는데

막상 와보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같아집니다.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원래의 출발점을 기준으로 자신을 보지 않습니다.


새로운 위치가

곧 새로운 기준점이 됩니다.


그러니 많이 왔어도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이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기준점이

점점 더 개인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변의 속도,

타인의 결과,

조직이 기대하는 성장의 말투,

시장이 요구하는 업데이트의 수준이

끊임없이 내 기준을 밀어 올립니다.


그래서 사람은

실제로는 성장하고 있으면서도

주관적으로는 제자리인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각은

성실한 사람일수록 더 강해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성실한 사람은

기준을 낮추기보다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심리가 작동합니다.


임상심리학자 Randy O. Frost와 동료들의 다차원적 완벽주의 개념(Multidimensional Perfectionism)은

완벽주의가 단순히 높은 기준을 갖는 성향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과도한 걱정,

행동에 대한 의심,

지속적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높은 기준 그 자체보다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불안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개념은

지금의 직장인과 취준생에게 꽤 잘 맞습니다.


우리는 요즘

단순히 잘하고 싶어 하는 수준을 넘어

흠 없이 잘하고 싶어 합니다.


취준생은

어설픈 자기소개서보다

더 매끄러운 문장을 원하고,


직장인은

그저 해낸 보고서보다

더 정리된 결과를 원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은

경력의 사실보다

경력의 서사까지 깔끔하길 원합니다.


이 기준은

겉으로는 성장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

애매하면 안 된다는 압박,

조금 부족해 보이면 곧 밀릴 것 같다는 감각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많이 왔는데도

자꾸 아직 멀었다고 느낍니다.

목표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기준점은 점점 더 높아지고,

기준을 맞추는 방식은 점점 더 흠 없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성취는 잠깐이고,

부족함은 오래 남습니다.


이 감각은

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태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은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라기보다

움직이는 기준과 높아지는 기대 속에서 생기는 심리적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

늘 아직 멀었다는 감각을

곧바로 자신의 부족함으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문제는 내가 유난히 못해서가 아니라,

도착할 곳의 기준이

늘 한 걸음씩 앞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내가 혼자 만든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조직이 요구하는 성장의 속도,

사회가 칭찬하는 성공의 형식,

주변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커리어의 궤적이

조용히 내 안으로 들어와

내 기준처럼 자리 잡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움직이면서도

계속 모자란 것처럼 느낍니다.


조금 잔인한 말이지만,

요즘의 성실함은

종종 끝이 없는 러닝머신 위에서 발을 멈추지 않는 능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기준이 계속 올라가고,

비교가 멈추지 않고,

목표가 끊임없이 새로 생기는 시대에

불안은 결국 개인의 성격 문제일까요.


아니면

이미 시대 전체에 퍼져 있는

공통의 분위기 같은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바로 그 지점,

불안은 왜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시대의 분위기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초조함은

각자의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사회와 조직이

사람을 오래 안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음글 보기 : 8. 불안은 시대의 분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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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Frost, R. O., Marten, P., Lahart, C., & Rosenblate, R. (1990). The dimensions of perfectionism. Cognitive Therapy and Research, 14(5), 449–468.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1.


Locke, E. A., & Latham, G. P. (1990). A theory of goal setting & task performance. Prentice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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