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삶의 노래

by 잔하비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고향을 향해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힘찬 흐름도 아니었다.

흘러가고는 있는데, 방향이나 속도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던 시절이었다.

철 모르고 살았던 때였는지도 모른다.


삶의 계절을 몰랐던 것이다.

씨를 뿌려야 할 봄에 수확을 하려 했고,

볏짚이 땅을 잘 보온해 주도록 둬야 되는 겨울에 수확하려 했던.

철에 맞는 일을 몰랐던 때가 있었다.


삶의 계절을 알게 되고,

그 시절에 대해 스스로 위로하고 안정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겨울을 지내고,

언 땅이 저절로 녹아내리고,

겨울을 견딘 씨앗들이 작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겨울과는 다른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봄이 왔고, 봄이 지나

초록잎이 풍성해지는 여름이 찾아왔다.


한참 전부터 무언가 잘 되고 있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이 정도면 잘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자잘한 것들에도 기쁘고, 충분하던 때.

환절기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던 무렵이었나 보다.

불편하거나 낯선 것들이 주어져도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다 괜찮아지는,

마법 같은 그런 때였다.

그 시절 나는,

조금은 다른 나의 모습을 마주하며 다 괜찮았다.

그렇게 나의 계절은 흘러갔다.


삶에 흐름이 있다는 걸,

그 흐름을 거스르며 억지로 하는 일들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계절에 나를 맡기고, 그 계절에 머무르며

그 계절에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내 삶을 통해,

진짜 삶의 순환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가만히 서서 계절을 느끼면 되는 일이었다.

삶은 어쩌면 그게 전부인 것 같았다.

알고 싶다고 알려주지 않았고,

알기 싫다고 봐주는 일도 없었다.

주어진 것들은 계절에 맞게 이루어졌고,

나는 그걸 내 그릇의 크기와 깊이에 맞게 담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게 인생 공부인지도 모른다.


요가 공부는 내 삶의 겨울을 버티게 해 줬다.

겨울의 끝자락,

다 얼어붙고 시야조차 선명하지 않을 무렵부터.

나는 요가로 삶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삶에 봄이 왔을 때,

요가는 내가 오래 쥐고 있던 땅을 갉고 흙을 고를 수 있게 해 줬다.


요가는 나를 인도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나는 봄을 맞이했고 씨를 뿌리고 모판에 모를 키워냈다.

늦서리에 얼지 않도록, 그 무렵의 사람들은 끝없이 따뜻한 온기를 보내주었고 그렇게 봄이 지나 여름이다.


삶은 지금 한여름에 가까워지고 있다.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봄에 심은 상추, 오이, 마늘 같은 것들을 간간히 수확하는 기쁨이 있는 여름.

가뭄을 대비해야 하고 때로 쏟아지는 비에도 대비해야 하는 시기.


삶은,

요가 수련은, 나에게 계절을 알게 해 줬다.


환절기가 그리 고되지 않다는 것을,

겨울에 꽁꽁 싸매지 않아도 얼지 않는다는 것을,

겨우내 쉬었던 땅을 다시 갈아도 그 일이 그리 힘들지 않다는 것을,

그 땅 사이로 뿌려지는 거름의 냄새가 그리 역하지 않다는 것을.


그 모든 것을 몸으로, 숨으로 알아가게 했다.


가물어도, 갑작스레 물이 넘쳐나도,

그 속에서 여전히 봄이 주는 선물이 있다는 것

그렇게 나는 계절에 나를 맡긴 채 그 계절과 함께 걸어가면 되는 거였다.


아직 한여름이 되지 않은 이 시기에

지나온 계절을 돌아보다 보니 가을이 궁금해진다.

가을이 올 것임을 알게 되니

지금 이 여름도 충분하다.

2. 삶의 계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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