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 가득한 고무공 같은 계절이 한 줄 쓰이다 지나간다.
부피가 작았던 공기들도 팽팽해지고 마음은 더욱 부푸는 그 계절이 수평선으로 뉘엇 넘어간다.
덥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종이에 쓰고 싶었던 계절이 이제야 끝을 고한다.
쓰고 싶은 글은 더 늘지 않아 쓴 입맛만 다시며 꺼끌꺼끌한 손등을 문지른다.
이렇게 찍어볼까, 저렇게 찍어볼까, 고민하다가 난타당한 사진들만 남아있다.
더위는 이렇게 지나간다. 장막이 걷히고 다음 막이 열리는 연극처럼.
이후에 해변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일행이 아마 한 둘로 줄어들겠지.
계절이 지나간 해변에는 어떤 이야기를 진하게 품은 사람들만 오더라.
다른 계절의 해변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뜨거웠던 여름에 사건도 많았다.
다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은 그만 덮어두기로 하고.
끄적끄적 쓰이다 말았던 마음이나 글이나 또 무엇에게도
이제는 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침대 위 이불보를 갈면서.
* 장소 :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 사진, 글 : 나빌레라(navill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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