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저희 왔어요-”라고 인사해. 승재, 민재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려.
선명한 하늘색이 예쁜 주말이다. 아버지 산소에 갔다. 삼십 년이 넘었나. 그 옛날 5월 7일에 하늘이 청명하고 흰 구름이 아파트 주차장에 그늘을 만들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던 깨끗한 날에 아버지를 운구했다. 5월은 들썩하기도 하지만 한편은 축축하기도 하다. 어머니는 늘 음력 3월 말이 되면 조금 예민해지고 우리 남매는 그저 무덤덤하다. 열 살의 남자아이가 아버지 영정을 들고 가던 순간이 지금도 선명한 사진처럼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떠올리지 않으면 침잠하여 영영 기억나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 이제 5월은 아버지를 뵈러 남은 가족이 모두 모이는 시간이 되었다.
토요일 오후 4시 정도 산소 앞에 모두 모였다. 예전에는 이 산소에 차 한 대로 모두가 왔는데, 이제는 식구도 늘어나 차가 세 대가 온다. 조카들은 고모와 고모부에게 수줍어하면서도 곁을 내어주고, 예년 같지 않은 더운 날씨의 땡볕에도 돗자리를 깔고 돌아가며 잔을 올리고 절을 두 번씩 올린다. 손주들이 하는 절은 아버지가 더 반기시지 않으실까. 술을 직접 부어보고 싶다고 승재가 제 아비의 옷깃을 당긴다. 승재가 당기자 민재도 나도 나도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손주들의 제사주까지 모두 받으시고 흐뭇하셨을까. 뜨거운 햇살과 송진가루로 온 가족이 기침을 줄이지 못하니 우리는 산소에서 사과 한쪽씩만 나눠 먹고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돗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승재가 이야기한다. “앗. 개구리야. 엄마. 개구리예요.” 옆에서 제 어미가 이야기한다. “엇. 진짜 개구리네. 청개구리다.” 풀이 듬성한 산소에 어제까지 비가 왔는지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돗자리 위로 폴짝 뛰어오른다. 민재가 만져보고 싶어 한다. “민재야. 만지다가 개구리 죽이면 안 돼. 할아버지 친구이실지도 몰라.” “안 죽여. 그냥 살짝만 만져볼래.”“나도. 나도.”
어머니는 말없이 산소 옆 웃자란 나무 가지들을 전지용 가위로 계속 자르기만 하신다.
아버지 다음에 또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