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위플레쉬’는 단편영화로 시작했다.
“Not quite my tempo!"
(템포가 안 맞잖아!!)
연주실에서는 계속해서 반복적인 드럼 소리가 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럼 소리는 멈추었고, ‘콰앙!’ 무언가 던져지는 소리와 함께 뺨 때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려온다. 이 소리는 영화 위플레쉬에서 플래처와 네이먼의 첫 연주 연습 장면이다.
자신이 스카웃트한 아이에게 심한 폭언을 가하는 모습이 마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떠올랐다. 유능한 지휘자들은 다 이런 걸까?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인격모독까지 스스럼 없는 모습에 내가 다 고통스러웠다.
누군가 나에게 인격 모독을 가한다면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피할 거다. 왜냐면 그 가시 돋친 말들은 내 가슴을 엉망진창 만들어 오랫동안 자학하며 망가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게 네이먼은 끝까지 연주실을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의 독설이 그의 독기를 자극해 줄 뿐이었다. 나와는 상반대는 모습에 오히려 관심이 갔었다. 영화는 그렇게 네이먼의 멍한 표정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분명 뒤 내용을 본 적 있는데 여기서 영화가 끝났다고 하니 의아한 사람들이 있을 거다. 위 내용은 위플레쉬 단편영화를 소개한 것이다. 제목처럼 위플레쉬의 첫 영화는 단편으로 제작되었다. 그 이유는 장편 영화를 제작하고자 투자를 받기 위해서였다. 각본의 한 부분을 먼저 단편영화로 만들었는데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고, 이후 장편 영화로도 각색되어 아카데미상 3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굳이 첫 연습실 장면이었을까? 위플레쉬 장편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하이라이트는 드러머 자리를 두고 3명의 드러머가 스윙 연주를 선보이는 장면이었다. 네이먼은 손에 피가 나면서도 굉장히 빠른 템포의 연주를 해내며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두운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빠른 템포의 드럼 연주, 손에 나는 피, 땀 흘리며 한계에 마주치는 인물들의 장면에서는 숨죽이며 한껏 눈살을 찌푸린 채로 째려봤다. 나의 손바닥도 아픈 느낌에 힘껏 주먹을 쥐며.
그런데 왜 이 하이라이트 장면이 아니라 첫 연습실 연주 장면을 독립영화로 제작했을까? 아무래도 주인공들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 음악 영화라는 요소를 보여줄 수 있는 연습 장면에 적합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보다 더 분명한 하이라이트가 있을 건데 어떤 장면일까?’하는 뒤 내용의 궁금증과 기대감도 생긴다.
위플레쉬 독립영화를 보고 전체 내용이 궁금해서 장편을 찾아보았다. 이것만으로도 감독의 의도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단편 영화를 준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단편 영화 제작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 미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