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어제의 피로가 흑맥주 한 잔에 날아간 걸 보니 프라하 흑맥주 맛이 좋기는 좋았나 봅니다. 본격적인 프라하 관광을 위해 우선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당시에 구시가지 광장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프라하 가이드를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날이 춥지만 제법 많은 한국인들이 모여있었고, 저도 그들과 함께 무료 가이드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날씨가 워낙 추운 데다가 너무 설명 위주의 투어다 보니 금방 지루해졌습니다. 결국 3~4번 장소 이동 후 가이드 분께 말씀드리고 투어에서 빠져나와 자유 관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프라하 시민회관 카페였습니다. 날이 너무 추운 데다가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나와서 몸을 좀 녹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카페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중세 유럽 배경의 미드에서 귀족들이 사교 파티를 여법한 곳이었습니다. 높은 천장과 멋들어진 샹들리에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쉽게도 카페 내부 구경하느라 핫초코 맛은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성 요한 네포무크 신부 동상 몸을 녹인 후, 가장 먼저 간 곳은 까를교였습니다. 솔직히 여기는 보려고 갔다기보다, 프라하 성을 비롯한 장소를 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지나쳐야만 하는 장소였죠. 간 김에 성 요한 네포무크 신부 동상을 비롯해 다양한 동상들과, 다리 위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물건들도 구경했습니다. 어디나 그렇지만 정말 이것저것 팔더라고요. 그림, 엽서, 자석, 동전, 종까지 없는 기념품이 없었습니다. 아, 그리고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저는 이때 프라하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관광지에서 초상화 그려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돈 없는 학생이라 꿈도 못 꿨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여행지에서 초상화 하나 그리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볼거리 넘쳐나는 까를교 지나 도착한 곳은 존 레넌 벽이었습니다. 도착해 보니 큰 벽 가득 글귀와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글귀와 그림이 너무 많아 오히려 존 레넌 얼굴 찾기가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얼굴 윗부분만 빼꼼하고 나와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존 레넌의 모습보다는 다양한 언어로 적힌 뜻 모를 글과, 그런 글귀들이 모여서 하나의 아트처럼 보이는 벽을 보는 게 좀 더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왜 존 레넌 벽인지 궁금해서 나중에 알아보니 당시 공산주의에서 자유와 저항의 상징이었던 존 레넌 사후, 누군가 몰타 기사단 건물 담장에 그의 초상화와 비틀스 노래 가사를 적어둔 거라고 합니다.
신나게 관광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알아보니 [우플레크]라는 식당이 수제 흑맥주로 유명하더군요. 꼴레뇨 맛은 솔직히 그냥 그랬습니다. 차라리 독일에서 먹은 학센이 좀 더 맛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확실히 족발보다는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흑맥주는 진짜 괜찮더군요. 맘 같아서는 서너 잔 먹고 싶었는데 당시 전 지금보다도 가난한 학생이라서 맛만 보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