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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Nov 16. 2024

밴드 잔혹사

흥미진진

S는 요즘 심심하던 차에 밴드 앱을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 밴드 모임은 가끔 울적하고 무료할 때 참여하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가을이 되면서 각종 벙개 모임들이 곳곳에서 있었다. 일정을 보고 원하는 모임에 참여 버튼을 누르면 끝!     


S는 밴드에서 만난 K언니가 모임을 주도할 때 가끔 참여한다. 그리고 K언니와 밴드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관해서 수없이 카톡으로 수다를 떨었다. 밴드에는 수많은 싱글 남녀들이 모여 있고 각자의 일상을 올리거나 모임 주도를 하면서 댓글로 수시로 소통한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얼마나 흥미진진하던지 S는 그 변화무쌍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에 푹 빠지고 말았다. 밴드 내에서는 커플이 생기면 1호, 2호, 3호 이런 식으로 커플이 된 것을 축하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그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사진을 여러 장 올린 후 몇 주 혹은 몇 달 만에 그들이 헤어졌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헐....     


싱글 남녀 간에 만나고 헤어지는 건 일상다반사겠지만 밴드에서 계속 활동하는 당사자라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 같다. 그저 조용히 사라져 그들만의 만남을 가지며 사랑을 이어가는 게 백번 나으리.      


밴드에는 주로 활동하는 인물들이 있다. 매우 활발하게 게시글을 올리고 소통하는 이들. 그들 중에는 간혹 인물이 빼어난 여자도 있고 적극적인 남자들도 있다. 서로 모임에서 면식이 있는 사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몇몇 여자들은 마치 여왕벌처럼 군림하며 수많은 남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혹은 심심한데 농담 따먹기 정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단지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수도 있지만 이 스산한 가을날, 싱글 남자의 마음에 던져진 작은 장작불은 불을 지를 수도 있다. 그들의 사랑의 큐피드가 어느 방향으로 오고 가는 지를 관망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두 남녀의 달곰한 댓글에 치고 들어와서 말을 거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에. 총성 없는 전쟁터가 이러할까.      


인간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 스토리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거기에는 J도 있다. 그는 간간이 자기 일상을 올리기도 하고 다른 여자들과 늘 화기애애하게 대화도 한다. 그가 어느 여자와 주로 대화를 나누나 본다. 마치 경찰이라도 된 것처럼 J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서 그의 뒤를 밟는다.


J는 선희라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흥. 다음에는 선희의 게시글을 모두 찾아본다. 매일 둘이 아주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계시고만. 아주 깨가 쏟아지네 그려.      


J는 병오 일주의 남자였다. S는 역시나 이 사주를 검색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병오 일주는 태양의 사주이며 천간, 지지가 모두 불이었다. 화가 가득하다. 에너지 또한 넘치시는 분이었다.      


슬쩍 봐도 매력이 넘치도록 있긴 하다. 자신만만하고 자수성가를 하셨으며 직업도 세분해 보자면 3개를 넘나드는 분이다. 돈이 마치 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이 분의 스토리도 자세히 들어보니 돈에 한이 맺힌 분이다.


젊은 시절 얼마나 부잣집 따님과 사귀었는지 결혼을 하려고 상대방 부모님께 허락을 구하려고 하니 아예 보고 싶지도 않다고 거절을 당했단다. 몇 번의 상처를 겪고 그 이후로는 쭉 돈만 벌면서 독신을 고집한다.      


앞으로도 결혼 생각은 없으나 80까지 동거는 가능하다고 한다. 괜찮은 조건인데. S는 생뚱맞게도 동의를 하고 싶었으나 이 분의 화려한 연애 행각을 보며 점점 마음이 차가워져 갔다.

인생은 선택~~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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