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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Nov 09. 2024

가을 그리고 연인

...

S의 7개월 사귄 남자친구 W는 갑작스럽게 싱가포르로 파견 근무를 갔다. 그는 이 삼 개월에 한 번만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앞으로 적어도 일 년은 이 기러기 연애 생활을 해야 하는 S에게 우울이 종종 찾아왔다.  

    

S의 생활은 단순하다. 매일 공부방이 끝나면 피곤을 벗 삼아 집으로 직행하는 삶. 저녁은 거의 혼자 보내고 주말에만 교회에 간다. 이런 단조로움도 두 달이 되어가니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욕구불만이 쌓여가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오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 난 바람이 날 것 같아.      


솔직 담백한 S는 W에게도 고백했다.      


”심심해. 맨날 맨날 혼자인걸. 어제 통화할 때도 계속 울었는걸. “     

”내가 일에 매이는 건 내 의지가 아니듯 자기도 자기 의지로 즐거운 걸 찾으면 좋겠어. 나도 맘이 아프다. 근데 생각보다 여기 상황이 심각하고... “     

”사람들도 만나고 교회도 가고 블로그 체험도 하러 다녀도 심심해. “     

”또 일 이야기했네. 내가 곧 간다. “     

”웅 ㅠㅠ“     

“벌써 지친다니 걱정도 되고 깊은 고민을 하게 돼.”     

“눈물이 자꾸 나는걸.”     

“힘들게 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은 나도 방법을 찾을 수 없네. 일단 가서 이야기해보자.”     

“웅... 나도 알아요. 잘 자요.”     

“아무 생각 말고 자요. 여기 시간이 1시간 늦을 뿐인데. 왜 10시간은 차이 나는 것 같이 느껴질까? 그건 아마 업무 강도 때문인 듯.”     

“웅.. 건강 관리 잘해요.”


S는 점점 혼란에 빠졌다. 텅 빈 주말의 시간을 채우고자 밴드 모임에도 갔다. 밴드 모임에는 S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J라는 남자가 있었다. 잠시 스쳐 지나간 이후 몇 달 만에 J를 만나려니 은근히 마음이 설렜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고운 가을 색을 입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양재의 공원에서 야외 오페라 공연이 펼쳐졌다. 마음을 울리는 오페라 선율이 퍼지는 가운데 한 멤버가 가지고 온 와인이 화기애애하게 돌아갔다.


뜨거운 J의 호감의 눈길을 느끼며 S의 기분은 더 달아오른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는 J를 슬쩍 보며 가벼운 어깨춤과 미소를 흘렸다. 청량한 가을밤의 공기에 수상한 두 눈빛이 섞이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것만 같다. 찌르르.    

 

잠깐 통화를 하는 밤에 W에게 심통을 부려도 W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난 지금 상황에서 자기에게 무엇을 강요할 수가 없어. 자기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난 원망하지 않을게.”     


S는 끝까지 떠나지 말라 붙잡아주지 않는 W가 야속하기도 하다. 이런 태도도 일종의 관계에 관한 회피가 아닌가. 혹은 나에 관한 마음이 그다지 애틋하고 간절하지 않은 이유일까.


가을밤은 점점 서늘해지고 S의 마음의 온도도 들쑥날쑥 오르다 내렸다.      

이 가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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