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우리는 오늘도 카페에 간다
작년 겨울,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독립해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
꽃길만이 펼쳐지기를 기대했건만
내 앞에는 몇 가지 액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아랫집에 물이 새는 바람에
동파된 배관을 수리해야 했는데, 수리비 문제로
집주인과의 갈등에서 서러움을 느낀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노후된 문고리가 고장 나
집안 화장실에 갇혀 119를 부르기도 했고,
밤마다 층간 소음 문제로
옆집과 아랫집 사람이 싸우는 소리에 숨죽이며
이러다 뉴스에 나오는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고 매일 밤 신경이 곤두섰다.
일련의 사건(?)들 이후
나는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떤 공간이 지니는 본질적 의미는
심리적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만큼 퇴색된다.
집이 내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족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대안 공간을 찾는다.
아마 누군가는 이런 이유로 카페를 찾을 것이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허세나 사치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그곳이
필사적으로 찾은 유일한 자기 공간일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은 필요하다.
우리가 살면서 발을 디디는 공간을 전부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 공간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내 것이 된다.
좋은 공간에서 느낀 좋은 기분,
그리고 기억은 내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도 카페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