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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스네일 Jan 03. 2022

타인과의 비교 때문에 무너지지 않기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어릴 적 생활기록부에는 

점수 대신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라는 

한자어로 학업 성취도의 우열이 매겨져 있었다. 

여태껏 한자어의 뜻은 잘 모르고 '수'는 좋은 것, 

'가'는 나쁜 것으로만 알았는데 최근에 그 뜻을 알게 되고는

마치 뒤통수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秀 빼어날 수

優 우수할 우

美 아름다울 미

良 어질 양 / 양호할 양

可 옳을 가 / 가능할 가 


각 글자를 놓고 보면 모두 좋은 의미인데 

'양'이나 '가'는 암묵적인 낙제점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모든 과목에서 '수'를 받는 학생만을

진짜 우등생으로 대우해 주었다. 

체육은 자신 있지만 수학에는 약한 학생도 

외국어는 자신 없어도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도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학교에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지워진 채로 

자연스럽게 친구와 나의 우열을 가르는 법을 배웠다.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말이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교하는 마음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기에 

비교를 완전히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사실 '비교' 그 자체는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사과가 오렌지에 비해 더 붉고, 

농구공이 탁구공보다 더 크다고 비교하는 것은 

우열을 가르거나 가치 평가를 내리기 위한 게 

아니듯이 말이다. 

심지어 비교에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 

우리는 사회적 비교를 통해 어제보다 더 나아가고 

타인보다 더 나아지면서 함께 성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비교가 획일화로 이어질 때에 일어난다. 

단일화된 기준에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거나 

차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때 비교는 잔인해진다. 

우리 모두를 샅샅이 분해해 평가하고, 

외부로부터 오는 인정에 휘둘리도록 만든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매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속 SNS에서. 

이런 비교로 빚어진 평균값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과제까지 덤으로 얹어준다.

사회 전체가 우리의 자존감을 난도질 해놓고서 

'나를 사랑하기'는 개인에게 은근 슬쩍 떠넘기는 것 같다. 


비교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어렵지만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비교의 순수한 원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사과는 오렌지에 비해 더 붉다', 

'농구공이 탁구공보다 더 크다'처럼 

단순한 사실을 측정하는 것에서 비교를 멈추고

사과가 오렌지보다 더 가치 있는지, 

농구공이 탁구공보다 더 옳은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비교는 건조하게, 사실 관계만 파악하기. 

'좋다', '싫다' 같은 감정적 판단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이것만 기억한다면 

타인과의 비교가 나를 갉아먹지 않고, 

오히려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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