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다 잘하고 살겠어
직장인 2대 허언으로
'퇴사할 거다'와 '유튜브 할 거다'가 꼽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퇴사든 유튜브 채널 운영이든 생각만큼은 쉽지 않음을
자조적으로 풍자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실은 나도 그 2대 허언 중 하나를 선포하고 다녔던 사람으로,
겸업으로 유튜브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지금은 그 마음을 곱게 접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의외로 '싫어요 버튼'이었다.
악플이 달리면 답변을 달아 항변하거나
아니면 지울 수라도 있지만 '싫어요 버튼'에
내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버도 아닌데 '싫어요 버튼'과
비슷한 것을 주고받는 일이 또 있다.
바로 몇몇 회사에서 '인사 평가'라는 이름으로
사원들에게 낙인을 찍는 일이다.
표면적으로는 상사와 부하 직원이 평등하게
상호 평가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가 당사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위에서 아래로의 평가만이 이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
사람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을까?
사회가 사람을 평가하고 규정지으려는 이유는
그래야 이후의 일을 빨리 예측하고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다소 야만적인 인사 평가라도 직원 각자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배치해
적응을 돕는 데 활용된다면
낙인을 상쇄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을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불쾌한 상황을 경험했을 때 격렬하게 일어나는
부정적 감정은 마치 불에 덴 듯한 고통의 자국을
뇌에 남긴다고 한다.
뇌과학자 에드워드 할로웰은
이를 '뇌 화상(Brain brun)'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높은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반응을 접하면,
결국 그 감정이 뇌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다시 회사 이야기로 돌아오면, 업무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더라도 그게 업무 능력의 평가로 한정되면 괜찮겠지만
한 사람의 가치 평가로 이어지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잘못된 평가를 받았을 때 어떤 대응 방법도 없다면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한들
자존감을 공격받을 수밖에 없다.
일을 하며 받는 부당한 대우를 못 이겨낼 만큼
나약해서가 아니다.
부당함에 대항할 수 있는 권한조차 차단된 상황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좌절하기 마련이다.
경영학계 화두 중에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실수나 실패를 해도 비난받지 않으리라는 안전감이 있어야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하고 동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실패에 좌절하고 있을 때
그 좌절감을 포용하고,
새로운 배움을 위한 기회로 다루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불만 있는 사람 한둘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타인의 부정적 평가는
내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자.
당신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