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 참돔, 광어 등 우리나라 생활낚시 어종들의 활성도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5월이다. 이 3종 생선의 공통점은? 맛있다는 것도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낚시에 있어서는 바닥을 잘 노려야 잡기 쉬운 어종이라는 것이다.
참돔 타이라바, 광어 다운샷, 우럭 라이트지깅 등으로 부르는 이 낚시방법들은 모두 채비가 바닥에 닿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서해의 경우, 수심이 얕은 곳은 15미터 이내인 곳도 있고 깊으면 50에서 60미터 정도 된다. 참돔, 광어, 우럭은 모두 바닥에 있기를 좋아하고, 특히 활성도가 좋은 날은 중간층으로 올라오기도 하지만 날이 안 좋을수록 더더욱 바닥에 있기를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미끼가 바닥으로 내려가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바닥에는 물고기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바닥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건 돌멩이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물보다 무거운 비중을 가지는 물체는 모조리 바닥에 가라앉아 있으며, 육지와 마찬가지로 바다의 바닥면에도 울퉁불퉁한 면과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사가 있다. 이런 곳에다가 날카로운 바늘을 집어넣고 휘저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걸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바닥에 있는 고기를 노리다 보면 채비가 어딘가에 걸려 뜯어지는(터지는) 일이 생기는데, 이때 '바닥 걸었다' 혹은 '지구를 낚았다'라고 한다.
채비가 터지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참돔 타이라바 낚시의 경우, 채비를 가라앉히고 참돔을 유인하기 위한 구슬이 있다. 타이라바 헤드라고 부르는데, 납으로 만든 것은 저렴한 경우 3천 원 정도 하지만, 고밀도라서 더 빨리 가라앉힐 수 있는 텅스텐으로 만든 것은 개당 1만 원을 넘는다. 거기에다 나풀나풀거리면서 참돔을 유혹하는 부속품도 다는데 이것도 1천 원이 넘는다. 거기다 바늘 값까지 합치면 채비 하나가 터질 때마다 1만 5천 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새로 채비를 다는 동안 쓰는 시간도 문제다. 다른 사람들이 계속 바닥을 공략하며 고기를 잡을 때, 혼자 채비를 새로 다느라 5분을 허비한다면 당연히 잡는 고기의 수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초보 낚시꾼이라면 최대한 바닥에 안 걸리려고 노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바닥에 걸리는 걸 두려워하면 고기를 잡을 수 없다. 바닥에 닿자마자 급하게 채비를 들어 올리거나 아예 바닥에 거의 안 닿도록 조절하면 채비는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바닥에 닿지 않는 채비는 물고기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재수가 없을 경우, 하루종일 낚시해서 고기 한 마리도 못 잡고 집에 가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노련한 낚시꾼일수록 채비를 더 여유 있게 준비하고, 바닥에 걸려서 터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미끼를 집어넣는다. 채비를 더 많이 날려먹을수록 고기를 잡을 확률도 높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걸 쟁취할 때 명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닌가 싶다. 복싱 챔피언이 되고 싶으면 당연히 주먹에 맞지 않도록 노력은 해야 하지만 몇 대 맞더라도 내가 더 많이 때릴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일반 직장인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폐업을 하거나 사기당할 위험을 지고서라도 자기 사업을 해야만 한다. 두려워하며 물러서기만 하면 몸은 지킬 수 있을지언정 목표한 것은 이루기 어렵다. 그럼 죽기 직전에 정말 많은 후회만 남아있지 않을까?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며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오늘 다시 한번 돌이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