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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Jul 19. 2019

'악플'이 달려도 나는 계속 쓸 겁니다




매거진 < 쓸수록 나는 내가 됐다 >





출처_ 이하 사진 모두 Unsplash


기자일을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있다. 악플이 달릴 때. 야, 이 기레기야...


기자일을 평생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고맙다는 댓글이 달릴 때. 기사 보고 울컥했네요...


좋은 댓글에는 잠깐 웃고, 나쁜 댓글에는 오래 시무룩해진다. 잠깐과 오래가 힘겨루기를 하면 오래가 이길 수밖에. 악플보다 좋은 댓글이 훨씬 많이 달리지만 그럼에도 악플 하나가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악플 중에는 터무니없이 우기는 댓글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진짜 무언가를 틀리게 써서 달린 '바른말'일 때도 가끔 있다. 물론 그것을 악플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읽는 순간 가슴이 가장 둔탁하게 내려앉는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다 보니 모든 피드백이, 내가 쓴 글 밑에 어떤 글자들이 적혀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읽기도 전부터 긴장되고 두려웠다.


난 댓글에서 아예 도망치고 싶었다. 그렇게 도망쳐 달리다가 우연히 들어선 곳이 브런치였다.



온라인 뉴스창과 다르게 브런치에는 백 퍼센트 내 생각과 내 느낌을 풀어낼 수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은 쓰지 않아도 됐고, 내 영혼도 큰 숟갈로 넘치게 퍼부울 수 있었다. 그러니 좋지 않은 달릴 만한 내용은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실제로 브런치에선 악플이 거의 없었다.


음... '거의' 없었단 건 짐작하셨다시피 간간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난 깨달았다. 온라인 플랫폼이 존재하는 한, 댓글쓰기 기능이란 게 존재하는 한 껄끄러운 피드백은 언제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 하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존재하는 한 악플은 언제나 달릴 수 있다는 것. 그게 잘못된 게 아니란 것을.



로봇인간이 거리를 활보하는 디스토피아가 오지 않는 이상, 지구 위의 인간은 각자 다른 생각과 다른 취향, 다른 가치관, 다른 유머코드, 다른 개성을 갖고 있고 이 당연한 배경 때문에 악플이란 건 존재할 수밖에 없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악플이란 연예인과 같은 이들에게 무차별적 악의적으로 가해지는 그런 종류의 댓글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그냥 범죄다).


내게 있어 악플이란, 좀 더 넓게 정의하자면 '반대의견을 예의를 갖추지 않고 무례하게 쓴 댓글'을 말하는데, 이런 맥락으로써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글에 동의하여 엄지를 치켜세울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모순인 것이다. 내 글을 읽는 독자는 눈, 코, 입의 생김새부터 뇌의 주름과 그 주름 사이에 끼어있는 지성과 감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다른 '인간'이라는 걸 기억할 때, 못된 댓글이든 훈훈한 댓글이든 모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전부 무시' 할 수 있었다.


사람의 겉이 모두 다르게 생긴 것처럼 사람의 속도 모두 다르게 생겼단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피드백 따위 대범하게 무시하고 내 갈 길 가는 기술이 업그레이드 한 칸씩 되어갔다. 결국 나는 너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런 글을 쓸 수 있고, 너는 그런 댓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



가끔 읽을 가치도 없는, 어처구니를 상실케 하는 댓글을 마주할 때면 나는 이 가사를 흥얼거린다. 그러면 홀가분해진다.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그건 니 생각이고/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 장기하와 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가사 중   


선플이든 악플이든 모두 '니 생각'이다. 니 생각은 니 생각, 내 생각은 내 생각이란 마인드로 내 앞의 일방통행로를 걷다 보면 결국 나의 길은 탄탄대로가 되어있을 거다.


악플을 다는 대부분 사람들이 나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게 아니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제목만 보거나 본문의 앞부분만 대충 읽고서 댓글을 쓰곤 하는데, 내 경우엔 그걸 알고부터는 무시가 한결 쉬워졌다. 일희일비할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



내가 내 소신대로 내 생각을 밝히고, 거짓 없는 솔직함으로 내 감정을 표현한 글이라면, 그런 글을 내가 썼다면 어떤 악플이 달리더라도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계속 쓸 거다.


어떻게 보면 악플, 즉 내 글을 싫어하는 댓글이 달린다는 것은 곧 내 글이 충분히 내 글다웠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파란색이 더 짙어져서 진한 파란색이 되면,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진한 파랑을 짙어진 그만큼 더 싫어할 것이다. 같은 원리 아닐까? 나만의 개성이 더 묻어나고, 더 나다운 글을 쓸 때 세상에 존재하는 나와 정반대의 '너'들은 그만큼 나와 내 글을 싫어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요즘 나는 악플이 달리면 시무룩해지기 전에 일단 만세를 부르고 본다.


오예, 욕먹었다~ 나다운 걸 썼나보구나! 모든 독자의 비위를 맞추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글 말고, 당당한 내 글을 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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