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찐 가정집
“직접 콜택시를 불러야 해”
옐로나이프 일정을 계획하며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도착 시간이 낮이었다면 그나마 수월했겠지만 우리가 옐로나이프 공항에 도착한 것은 밤 열한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외국에서 택시를 타 본 경험이 없는데 하물며 콜택시라니…
이 험난한 여정을 위해 공부한 영어 표현을 열심히 되새기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비장하게 콜택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왜 전화가 안 걸리지?”
전화가 되지 않는 것은 친구 휴대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부터 알아본 콜택시 번호가 잘못된 걸까?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국제전화 거는 방법을 나와 친구 모두 잘못 알고 있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당황을 했지만 당황할 틈이 없었다. 그때 내 머릿속엔 공항 내부에 위치한 전화로 콜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블로그의 멘션이 떠올랐다. 급히 전화를 찾았고, 공항 내부의 직원의 도움을 받아 콜택시 직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나 택시를 부르고 싶어. 미안하지만 영어를 잘 못하니까 천천히 말해줄래?”
“좋아. 너 지금 어디 있어?”
“옐로나이프 공항이야.“
“택시 정류장 앞으로 택시가 갈 거야. 10분 정도 걸려.“
“오케이. 택시 번호가 뭐야?”
“@&‘@! anyone &!₩@”
통화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마지막 말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친구와 나는 일단 안심하며 택시 정류장으로 나갔고, 밖엔 우리와 같이 늦게 도착한 여행객들이 공항으로 들어오는 택시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색 택시가 도착했고 다른 택시 기사님들과는 다르게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우리인가?’
우리가 부른 택시일거란 생각은 했지만 확신이 없어 주춤하는 사이 다른 승객을 태워 가버렸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콜택시 회사 직원이 나한테 했던 마지막 말은 택시를 부르면 따로 기사를 지정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기사가 간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부른 택시 기사를 바보같이 빼앗겨 버린 우린 다시 콜택시를 불러야 하나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공항으로 들어오는 택시가 많아서 조금만 기다리면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우린 얼마 기다리지 않고 택시를 탈 수 있었고 무사히 숙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와. 너희 산타클로스 봤니?”
늦은 시간이었지만 노부부이신 호스트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숙소는 캐나다 가정집 베이스먼트의 마스터룸이었고, 화장실은 다른 투숙객들과 공유해야 했다. 숙소 이용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 아주머니는 매년 미국 국방부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알려주는 산타클로스 위치 추적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다행히 그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짧은 영어로 대충 대답은 할 수 있었다.
가정집 답게 아늑한 분위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영미권의 나라인만큼 트리도 예쁘게 놓여있었다. 간단한 음식도 해먹을 수 있었고 라면과 시리얼, 우유, 주스는 무료로 제공 되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숙소였지만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 여행에 익숙한 나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물론 친구는 욕실을 다른 투숙객과 공유해야 한다는 게 매우 불편했다고 한다.
게다가 한 가지 한국과는 매우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샤워기 수도꼭지를 아래로 당겨야 물이 나온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위로 올리거나 돌려야 될 것 같이 생겼는데 아래로 당겨야 한다니…
물 트는 방법을 몰라 한참을 고군분투 하다가 인터넷을 찾아보고 무사히 샤워를 마칠 수 있었다.
육개장 모양의 신라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후, 시차를 이기는 피곤함 덕분에 숙면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린 한 가지 어마어마어마한 괴리감과 마주해야 했다.
“대체 왜 안 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