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나이프의 동화 마을(2)

오로라 빌리지와 개썰매

by 홍세구


옐로나이프의 거리/ 온도를 알려주던 전광판


옐로나이프 겨울의 평년 온도는 영하 30도.

평생 대한민국의 수도권에서 벗어난 적 없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온도였다.

이에 바짝 쫄아버린 나와 내 친구는 각종 방한 용품과 핫팩을 한 보따리(거짓말 안하고 정말 한 보따리) 챙겼고, 옐로나이프 공항에 내리기 전 가늠이 안되는 날씨와 맞서 싸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공항 바닥에 발을 내딛자마자 이상함을 감지했다.


“왜 서울보다 따뜻한 느낌이지?”


너무 추워서 감각 기관이 이상해진 걸까.

물론 충분히 추운 날씨였지만 한국 겨울의 살을 에는 칼바람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다소 시시한 느낌이었다. 예상과 달라 놀란 것뿐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날씨가 따뜻하다는 것은 도시를 둘러봐야 하는 우리에게는 오히려 행운이었다.


옐로나이프 3박 4일 일정 중 첫 일정은 바로 개썰매를 타는 것이었다. 피곤 덕분에 숙면을 취한 우리는 투어 업체에서 준비해 준 방한화와 캐나다구스로 중무장한 뒤 투어 업체 버스에 올라탔고 꽤 긴 시간을 달려 오로라 빌리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실 같지 않았던 오로라 빌리지의 풍경


“우와 우와 우와. “


태어나 이렇게 넓은 설원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눈에 닿는 곳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실제 나무가 거대하게 위치하고 있었고, 끝없이 펼쳐진 설원은 캐나다 자연의 스케일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공간에는 개썰매 말고도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캠프파이어 스팟과 차를 끓이고 라면 등을 먹을 수 있는 천막 공간, 튜브를 타고 미끄럼틀을 탈 수 있는 액티비티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의 가이드. 그는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한국인 남자였는데, 캐나다구스 패딩을 입지 않고 그냥 걸친 채 돌아다녔다. 안 춥냐는 질문엔 날씨가 따뜻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는데, 옐로나이프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 모두 같은 대답을 했다.

다시 한번 상기시키자면 당시 온도는 영하 9도.

결코 따뜻한 날씨는 아니었다.


계속 달리고 싶어하던 썰매견들


혹시 개썰매를 타는 게 동물학대는 아닐까, 걱정이 되어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썰매견들은 멈춰있는 중에도 계속 달리고 싶어 안달이었고, 달리는 와중에 옆길의 눈을 한 입씩 먹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여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내 눈에는 왜 이렇게 안쓰러워 보이던지.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지만 두 번은 필요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목적은 개썰매였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도 오로라 빌리지의 풍경은 지금까지도 내게 소중하게 남아있다. 마시멜로우를 잘 굽지 못하는 나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던 빌리지의 직원과 우리처럼 함께 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들. 엉덩이가 깨질 뻔했던 튜브 미끄럼틀과 우리의 미끄럼틀이 잘 내려갈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었던 외국인. 맛집을 물어보는 우리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던 가이드와 긴 나뭇가지에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었던 기억까지. 그곳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내겐 모두 동화처럼 다가왔다.


다음 날, 두 번째 일정인 시티투어가 시작되었고 친구와 나는 한 가지 불행한 소식을 들어야 했다.


“날이 따뜻하면 구름이 두꺼워서 오로라가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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