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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Oct 26. 2022

모유수유, 안해봤다면 후회할 뻔 했다.

모유수유 첫 시도에 실패하고 좌절한 시간도 잠시. 어깨와 목이 무척이나 뻐근했다. 끙끙대며 사투를 벌였으니 얼마나 근육이 뭉쳤을지. 침대에 누워 무력감을 곱씹다 목과 어깨를 두드리고 있으니 다시 전화가 왔다. 수유콜이었다. 벌써? 아 맞다. 신생아 수유텀은 거의 2시간에 가까웠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두 번째 기회가 반가우면서도 두려웠다. 그래도 좀 더 해봐야지. 아직 한 번 밖에 안해봤는걸. 다시 수유실로 갔다.


배고프다 울어대는 아기 얼굴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미안하구나, 아가야. 엄마가 처음이라, 어쩔수가 없단다. 같이 잘 좀 해보자꾸나.’


 다시 처음처럼 젖을 물리려 시도했다. 그래도 이번엔 좀 더 발전이 있었다. 처음보다 아기를 안정적으로 안을 수 있었고 입을 벌리는 타이밍을 찾아 한번에 확 물렸다. 드디어 성공이었다. 아기가 안정적으로 젖을 물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기는 참 열심히도 빨아댔다. ‘젖 먹던 힘까지’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 놀랐다. 유축기의 강도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힘이었다.


수유는 정말 신기하다. 아기가 배가 고파 울면 가슴에 찌르르한 감각이 돈다. 알고보니 이게 젖이 도는 감각이었다. 유륜 부근에서 찌르르한 느낌이 돌면 이내 젖이 뚝뚝 떨어졌다. 아기가 빨지 않아도 저절로 흘러서 옷이 금방 젖기 일쑤였다. 그리고 젖을 일정 기간 비우지 않으면 가슴이 굉장히 딱딱해졌다. 생리 주기가 가까워져 가슴이 단단해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말 그대로 부풀면서 단단하며 딱딱해졌다. 그리고 유축을 하거나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나면 가슴이 다시 말랑하고 작아졌다. 그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물론 불편함도 컸다. 자다가도 새벽에 가슴이 아파서 깼다. 그렇게 일어나보면 이내 옷이 다 젖어있기 일쑤였다.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젖이 차는 시간이 되면 밤낮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젖이 흘러 옷이 젖어버렸다. 수유패드라도 대면 좋을텐데 유두 감각이 예민하고 속옷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 다른 옷가지들을 걸칠 수가 없었다.  


조리원의 대부분의 시간은 수유에 맞춰져 있었다. 식사도 수유를 잘 하기 위한 양질의 식사가 제공되었다. 수유콜은 또 어찌나 자주 오는지. 아기는 정말 자주 배고파해서 거의 두시간마다 아기에게 젖을 먹였다. 때로는 내가 수유를 하기 위한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수유콜을 받지 않고 푹 쉬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웃는 얼굴로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수유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고 나면 목과 어깨가 무척이나 아파서, 조리를 하기 위해 온 곳인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기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좋았다. 남편은 조리원에서 단유를 하고 나가자고 했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불편한 점도 많고 내가 힘들어하기도 했으니 남편 입장에서는 왜 그리 수유를 놓지 못하나 싶기도 했을 것이다. 출산 전에는 수유로 고생하기 싫어 분유 제조기까지 준비했던 나이기 때문에 남편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워 했다. 


그랬던 남편이 나에게 단유하라고 계속 얘기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 퇴소후 부부가 함께 아기들을 돌보던 어느 날이었다. 남편이 아이를 안고 분유를 먹이고 있다가 실수로 젖병이 빠졌다. 휴대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던지라 젖병이 빠진지도 몰랐는데 아기가 젖병대신 남편의 손가락을 쫍쫍 빨아댄 것이다. 그제서야 실수를 확인하곤 젖병을 다시 물렸다. .


그런데 짧은 시간이지만 아기가 자기 손가락을 빠니 기분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아기와 어딘가 연결된 느낌도 들고, 아기의 필사적으로 계속 빨아내려는 모습에서 어딘가 묘한 감상을 느낀 것 같았다. 나도 첫 수유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에 남편의 마음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에게 수유는 참 멋진 경험이었다. 개인의 감상은 모두 다를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더욱이나 힘들다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지레 겁 먹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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