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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Oct 26. 2022

조리원 입소, 그리고 첫 모유수유

친정에서 조리한 지 삼일 쯤 되었을까, 둘째가 곧 퇴원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검사는 모두 끝났고 컨디션도 너무 좋기 때문에 퇴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드디어 나도 조리원에 들어갈 수 있는건가. 부푼 마음으로 조리원에 연락을 했다. 그런데 웬걸, 조리원에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출산 예정일을 기준으로 예약을 받지만 출산일이 예정대로 되는 경우가 잘 없어 방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기는 일단 조리원에 맡기면 추가비용 없이 아이 케어를 도와주고, 이후에 방이 났을 때 입소하면 된다고 했다. 아이를 두고 가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이래도 되나?


이미 아기는 중환자실에서 생활하며 나와 떨어진지 몇 일 되었다. 그래서 더 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떨어져있어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제 들어갈 수 있을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라니.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흘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나서 입소를 했다. 출산하고 난 이후로 아기를 제대로 안아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아기는 정말 작았다. 정말 작고 작고 작았다. 잠든 와중에도 눈을 연신 찌푸리기도 하고 배냇웃음을 짓기도 했다. 눈을 떴을 땐 조금 원숭이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무렴 어때, 내 새끼는 다 귀엽다.


첫 모유 수유의 순간이 왔다. 그간 유축기에게만 내어주었던 가슴을 아기에게 처음으로 물려볼 수 있었다. 모유수유 실패기를 하도 많이 읽어서 무척 힘들겠구나 겁을 먹은 상태였다. 조리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를 안고 젖을 물렸다. 아기는 무척이나 빨고 싶어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참을 서로 씨름을 했다. 포인트는 아기가 크게 입을 벌릴 때 깊숙히 물리는 것이다. 실제로 수유는 유두와 유륜 부분을 물리는 게 아니라 삼키듯 크고 깊게 물려야 한다. 근데 머리로는 아는 만큼 쉽게 되진 않았다. 한참을 씨름하다 보니 아기는 배가 더 고파져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도리질 치며 젖을 무는 것을 거부했다. 배가 고픈데 주지는 않고 장난을 치나 싶었겠지. 마음속으로 미안하다 수차례 사과했다. 아 곤란해라.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평온한 표정으로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수유를 하고 있었다. 다들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나만 처음인거야?



결국 엉엉 울던 아기는 선생님 품으로 돌아가 분유로 보충을 하겠다고 했다. 방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 씁쓸했다. 애초에 쌍둥이라 모유수유 욕심도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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