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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Oct 27. 2022

산후도우미 없는, 쌍둥이 육아 첫 날.

토요일에 조리원을 퇴소했다.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산후도우미가 두 분 와주시기로 했다. 토요일 낮부터 월요일 아침, 그 사이에는 약 이틀간의 시간이 있었다. 아무런 도움 없이, 온전히 나와 남편이 쌍둥이와 맞이하는 이틀이었다. 


나는 조리원에서 모자동실조차 해본 적이 없는 무지의 상태였다. 심지어 기저귀조차도 몇 번 갈아보지 않았고 그저 모유수유 연습만 하다 나온 순백의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날 밤 우리 부부는 멘붕에 빠졌다. 말로만 듣던 분수토를 처음으로 경험했고, 빨래도 엄청나게 나왔다. 내가 알고 있던 육아 방식은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조리원에서 배운 것들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실전은 그 이상이었다.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상황과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니…



자, 집에 도착한 이후의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 보자.

차에서 조심조심 쌍둥이 유모차에 아이들을 옮기고 집으로 왔다. 차에서 탈착이 가능한 신생아 바구니 카시트를 사용중이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실제로 아기가 들어가있는 바구니 카시트는 생각보다 더 무겁고 너무 조심스러웠다. 우리 부부는 아기들이 깰까봐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집으로 조심조심 들어와서 침대에 조심조심 눕혔다. 휴! 드디어 도착했구나 하며 한숨 돌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자는 것 같던 아기가 부시럭 거렸다. 그리고 어딘가 불편한지 울기 시작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그래그래. 잘 생각해보자. 배고픈지, 기저귀가 불편한지, 잠이 오는지... 조리원 선생님이 알려주시길, 이 셋 중에 하나라고 했었다. 조리원에서 나오기 직전에 수유를 했으니 배가 고픈건 아닐테고, 기저귀를 갈아봐야겠다.


미숙한 손길로 만져대니 아기 표정도 불편해 보였다. 아기의 발을 잡고 하체를 들어올려 기존에 착용하고 있던 기저귀 밑에 새 기저귀를 깔았다. 발을 이렇게 잡아도 되나? 다리나 허리가 불편한거 아닐까? 너무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하체를 들어올려 기저귀를 깔았다. 역시 예상대로 배변의 문제였다. 기저귀의 깨끗한 부분으로 살짝 닦아주고 물티슈로 또 닦아줬다. 엉덩이를 물로 씻겨줘야 한다는데… 한동안 사람이 없었던 화장실은 무척이나 추웠다. 감기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일단 물티슈로만 닦아줬다. 그러는 와중에 물줄기가 튀어올랐다. 세상에, 아기가 실시간으로 오줌을 누고 있었다.


빠르게 기저귀를 덮었지만 그 사이에 오줌이 사방팔방 튀었다. 너도 맞고 나도 맞고 옷도 젖고 기저귀 교환대도 젖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방금 갈았던 새 기저귀도 젖었다. 그래, 종종 이런 일이 있다고 조리원에서 들었다. 사실 조리원에서도 한 번 겪어본 일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괜찮아. 옷을 새로 갈아입히고 주변을 정리했다. 기저귀도 다시 새 걸로 갈아주었다. 


기저귀를 갈고나니 아기의 표정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기가 그토록 편안해한다는 국민 육아템 역류방지쿠션에 눕혀봤다. 오!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 

육아의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긴장이 풀려 소파에 늘어지듯 앉았다. 바로 그 때 또 다른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맞다. 하나 더 있었지. 너도... 기저귀니...?


한 번 해봤다고 아까보단 숙련된 솜씨로 기저귀를 갈아줬다. 아주아주 신속하게! 하지만 기저귀를 갈아도 아기는 계속 울었다. 마음이 초조해졌다. 대체 뭐지...?


‘아, 혹시 배가 고픈가? 이제 시간도 꽤 지났으니까…’


모유수유를 시도했다. 나름 2주간 갈고 닦은 실력이다. 소파에 앉아 수유쿠션을 깔았다. 옷을 열려고 헀으나 열 수가 없었다. 조리원복은 단추여서 풀면 되었는데, 새삼 수유복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끙끙대며 옷을 벗고 다시 수유쿠션을 깔았다. 그 새 아기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서 점점 초조해졌다. 스스로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며 준비했다. 아기를 눕히고 가슴께로 당겼더니 아기가 허겁지겁 젖을 찾았다. 배가 무척이나 고팠나보다. 아기는 조금 빨다가 짜증을 내며 머리를 뒤로 젖혔다. 또 다시 달라붙어 빨다가 또 짜증을 냈다. 마구 가슴을 빨아 당기며 머리를 젖히다, 머리를 가슴께에 쾅쾅 부딪히며 짜증을 내요. 왜 이러지? 배가 고픈게 아닌가? 조리원에서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는데 도대체 왜이러나 싶었다.


또 다시 아기가 젖을 찾았다. 이번엔 좀 오래 빠나 싶었는데 갑자기 사레가 들었다.쿨럭대는 아기를 일으켜 세워 토닥여주었다. 혹시나 싶어 유두 마사지를 했다. 세상에, 모유가 물총처럼 뿜어져 나왔다. 사출이 심해서 아기가 먹기가 힘들었나보다. 조금 짜내고 먹이면 낫다고 해서 잠깐 마사지를 해서 짜냈다. 그리고 아기에게 다시 물렸다. 아까보다 훨씬 편안한 모양이다. 조리원에서 배우기론 왼쪽 15분 오른쪽 15분 총 30분정도 수유를 하면 되고 3시간 간격으로 먹이면 된다고 배웠다. 혹시 모유를 충분히 먹지 못해서 3시간이 되기 전에 깨면 분유로 보충하고 다시 3시간 뒤에 수유를 하면 된다고 했다. 


아기가 왼쪽을 15분 먹어서 아기를 오른편으로 돌리려고 입을 떼었더니 그새 잠들었다. 먹은 양이 너무 적은듯 해 아기를 깨워보려고 시도했다. 트름을 시키고 기저귀를 열어보아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방법이 없어 그대로 재웠다. 


아기를 재우고 나니 잠시 잊고 있었던 목과 어깨 통증이 밀려왔다. 수유를 하며 아기가 잘 먹는지 보려고 고개를 숙이는데다 자세가 안정적이지 못해 구부정하게 먹이다보니 목, 어깨, 팔, 다리 모두 너무 아팠다. 아, 허리도.


이제 조금 쉬어볼까 하고 살짝 소파에 기대있는데 또 다른 아기가 울었다. 배가 고픈것 같은데 도저히 모유수유는 더이상 못하겠으니 분유를 먹이기로 했다. 미리 준비해뒀던 회심의 아이템, 분유 제조기를 사용해야겠다. 남편에게 수유를 맡겼더니 영 자세가 어정쩡했다. 그래도 아기는 배가 고팠는지 단숨에 분유를 마셔버렸다. 눈을 꼬옥 감고 오물거리는 걸 보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100을 다 먹어버렸다. 역시 잘 먹는구나 흐뭇한 마음으로 트름을 시키고 역류방지쿠션에 눕혔다.


한 삼십분에서 한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아기는 곤히 자지 못하고 계속 꿈틀거렸다. 눈은 감고있는데 몸은 오징어 굽듯 계속 틀어대고 얼굴도 빨개졌다. 쟤가 왜 저러지… 무서웠다. 어디 아픈가 싶지만 신생아는 원래 그렇게 용을 쓴다고 했다. 한창 크는 시기라 온 몸이 아파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배가 아파 그렇다는 말도 있다. 얼굴이 너무 터질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아기가 갑자기 왈칵 토했다. 음… 아기는 원래 많이 토한다고 했다. 조금 더 자라야 덜 토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젖어버린 옷을 갈아입혀줬다. 다음부턴 손수건을 미리 대어 놓기로 했다.


옷을 갈아입히고 나니 또 울었다. 기저귀를 봤지만 깨끗했다. 잠투정인가 싶어 아기를 어르고 달래고 안아보고 흔들어보았지만 전혀 달래지지 않았다. 한참 끙끙거리다 혹시 배가 고픈가 싶어 분유를 물려봤다. 엄청 잘 먹었다.


분명 3시간 간격으로 주라고 했는데 시간상으론 아직 한시간 반 밖에 지나지 않았다.

먹여도 되는건가 싶긴 하지만 잘 먹으니 일단 먹였다.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트름을 시키고 눕혔다. 여태 봐온 바로는 먹이면 잘 먹었고, 그러고 나면 잘 잤다. 잘땐 몸을 끙끙거리며 틀어대고 다리도 허우적 대긴 하지만 그래도 잘 잔다. 수유와 기저귀 갈기를 계속 반복하다보니 전보다 능숙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애들 순한거 같은데? 밥만 주면 잘 먹고 잘 자는데?”


수유후 기저귀를 갈며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바로 그 순간, 말이 끝나자 마자 아기가 토를 했다. 깜짝 놀라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왈칵 토하고 말았던 그 전과 달리 아기가 엄청난 양을 토하고 있었다. 콸콸콸! 


너무 충격적인 비주얼이었다. 방금 먹었던 80ml를 다 토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 이제 다 토했나 싶은데, 잠깐 쉬더니 다시 토했다. 너무 괴로울 것 같은데 아기는 울지도 않고 멍한 표정이었다. 멍해서 더 무섭다. 어디 아픈건 아닐까?


분수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첫날 바로 눈으로 보게될 줄 몰랐다. 무엇이 분수토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이건 눈으로 보면 모를 수가 없다.


거의 토에 젖은(소화도 안되서 묽은 분유상태) 아기를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잡고 옷을 갈아입혔다. 입고있던 배냇저고리, 속싸개, 방수포를 모두 빨래통에 넣고 새걸로 교체했다. 너무 많이 먹어서 토한 것 같았다. 미안해. 엄마가 몰랐어…


그런데 이십분이 되지 않아 아기가 또 울었다. 토해서 속이 비어버린 걸까. 배가 고플 것 같으면서도 좀 전에 토한 애라 또 분유를 주기가 꺼려졌다. 열심히 검색을 해 보았으나 의견이 분분했다. 혹시 배고픈게 아닐 수도 있으니 열심히 달래보았다. 기저귀는 깨끗했다. 한참 안아 어르고 달랬다. 그런데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다시 분유를 먹여보았다. 잘먹었다. 아깐 절대 감지 않던 눈이 이제서야 평온하게 감겨들었다. 아기의 상태를 보면 배고픈게 맞는 것 같은데 이렇게 줘도 되는건지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 날 총 두 번이나 분수토를 했고, 그보다 가벼운 토는 더 많이 했다. 아기가 둘이어서 누가 몇번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치우는데 급급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선물받은 배냇저고리, 블랭킷, 속싸개 등이 너무 많아 과하다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다 사용했다. 하루만에 빨래가 엄청나게 쌓였다.


무엇이 정답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너무 많이 먹으면 분수토를 하기도 한다고 해서 수유량을 줄이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적게 먹으면 젖병을 떼는 순간 눈을 뜨고 울었다. 그 울음은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 않았다. 혹시 빨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 해서 쪽쪽이도 물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화난 아기들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은 젖병이었다. 


달라는대로 주면 다 먹고나서 토해버렸고, 안주면 떠나가라 울다가 또 토해버렸다. 대체 이 아기들을 어째야 할지 몰랐다. 검색을 해보니 수유 하지 말고 최대한 안아서 달래주며 버티라고 했다. 그렇게 수유텀을 늘려서 수유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도체 어떻게 달래야 하는건지 몰랐다. 아기들은 모든 손길을 거부하고 세상 떠나가라 울었다. 그리고 젖병을 물려주면 굶주린 상어새끼처럼 입을 쫙쫙 벌리면서 허겁지겁 먹었다.


산후 도우미 없이 우리끼리 보냈던, 첫 육아 현장이었다.

이전 14화 모유수유, 안해봤다면 후회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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