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0 9화 도시의 마찰

재개발과 72시간 회복력의 설계

by 박상훈

S10 9화 도시의 마찰 — 재개발과 72시간 회복력의 설계

파란 방진막이 올라가면
길은 먼저 바뀐다.
도면은 멀리 있지만,
사람의 하루는 바로 오늘 바뀐다.

도시의 관점에서,
정의는 ‘공사 중에도 생활이 이어지게 하는 순서’다.

첫째, 길의 약속
- 보행 통로를 먼저 그린다(유모차·휠체어 기준 폭).
- 어린이집·학교·병원 가는 길은 별도 표시, 비 오는 날 우회로 미리 안내.
- 차량 동선은 통학·장보기 시간대를 비켜 간다.

둘째, 소리와 먼지의 약속
- 시끄러운 공정은 낮 시간대로 묶고, 조용한 시간대를 지정해 지킨다.
- 물청소·분진망·세륜시설 운영 시간을 알림.
- 검사 일정과 결과를 7일 안에 공개한다.

셋째, 장사의 약속
- 임시 상권을 가까운 공터·주차장에 열어 준다(임시전력·수도 지원).
- 배달 차량 동선과 시간대를 정해 끊기지 않게 한다.
- 공동 집배소를 세워 택배가 길을 잃지 않게.
- 반경 소상공인에게는 소액 지원이 자동으로 들어가게 한다.

넷째, 돌봄의 약속
- 경로당·보건부스를 임시로 설치, 더위·추위를 피할 자리를 만든다.
- 등하굣길엔 안내 인력이 선다.
- 임시 경사판으로 턱을 낮춘다.

다섯째, 빛과 표지
- 야간 조명, 임시 표지판, 골목 초입 작은 지도를 설치한다.
- 가게 앞엔 “들어오는 길” 화살표와 연락처를 붙인다.

여섯째, 달력과 기록
- 오늘 막히는 차선, 내일 굴착, 다음 주 검사.
- 펜스에 달력처럼 붙이고, 담당·연락처를 함께 적는다.
- 바뀐 이유와 기간을 짧게 남긴다.

일곱째, 멈춤과 조정
- 기준 초과(소음·먼지·민원 임계) 시 공정을 잠시 멈춘다.
- 비·폭염 땐 일정 자동 조정.
- 조정 결과와 재개 시간을 즉시 알린다.

여덟째, 동네의 얼굴
- 보존 목록을 정한다(가로수·간판·벽화·시장 입구).
- 이전 설치할 곳을 도면에 함께 그려 둔다.
- 짧은 기록을 남겨 아이들이 읽고 지나가게 한다.

아홉째, 72시간 계획
- 정전·침수·통신 장애가 겹칠 때의 복구 순서를 문서로 붙인다.
- 물·전기·데이터·교통을 어떻게 돌릴지, 취약 가구·가게부터 순서를 적는다.
- 연락망(전화·현장 창구)을 크게 붙인다.

열째, 한 번에 묻고 끝내는 창구
- 모바일+현장 QR로 민원 접수, 처리 마감일을 함께 공지.
- 주간 요약을 펜스와 동주민센터에 게시한다.

짧은 안내 예시(현장 배포)
- “이번 주: 3~5일 북쪽 차선 부분 통제(08–17시). 어린이집·병원 우회로 표지 따라 이동.”
- “소음 많은 작업 10–15시, 조용한 시간 12–13시. 검사 결과 D+7 공개.”
- “임시 상권: ○시장 주차장. 공동 집배소: ○로터리 앞.”
- “민원 120/현장 010-XXXX-XXXX. 평균 처리 3일.”

정리하면,
길과 생활을 먼저 그리고,
소리와 먼지의 시간을 정하고,
장사와 돌봄의 자리를 남긴다.
달력과 기록을 펜스에 붙이고,
멈출 조건과 72시간 계획을 미리 적는다.

도시는 공사로 바뀌고,
사람은 약속으로 산다.
이 몇 가지가 갖춰지면,
새 건물의 그림자에도
생활의 온기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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