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를 보니 악성종양으로 보이구요. 암이네요."
국어사전에 나열된 가나다라를 읽는 것처럼 의사가 '암'이라는 단어를 읊었다. 안경 너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암이냐고 재차 물었고 의학적 설명이 이어졌다. 미세침세포검사, 갑상선 유두종 뭐 이런 단어들이 들렸고 암병원 전담간호사가 이비인후과 당일 접수를 바로 잡아주고, 수술일정, 갑상선 암의 예후를 간간히 설명해줬다. 이비이후과 교수는 갑상선악성종양이 맞고 좌측 림프절에 결절이 보이는데 전이로 의심되며 수술장에서 확인해보자고 했다.
"수술일자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가능하구요." 확진부터 수술일정까지 40분만에 맞닿드리니 마스크가 답답해 귀를 약간 헐겁게 매만졌다. 수술날은 추후 유선으로 잡기로 하고 일단 집으로 향했다. 아내에게 검진이 길어진다는 카톡을 보내고 조심히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1층 원무과에 들러 산정특례 서류를 내고 20분을 기다리자 등록완료 카톡 알림이 떴다. 2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취소 재결제하면서 1,200원이 나오는걸 보고 내가 내는 건강보험료가 이렇게 쓰이는구나 실감하며 대한민국에 태어난걸 다시한번 감사했다.
그렇게 30대중반 운동은 하지 않지만 나름 건강하다고 믿은 남자는 '아만자'(암환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