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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Jun 22. 2021

나의 링거 아저씨

"아니, 그러니까 왜 오른쪽 팔에다 꽂을걸 왜 왼쪽에다 놓냐고? 내가 이 병원에만 오면 뭐가 항상 이런 식이야. 내가 괜찮다니까요. 그냥 죽어도 되니까 그냥 내버려 두어요. 책임지라고 안 할 거니까." 옆에 들어온 아저씨가 또다시 불만을 토로하신다. 일전에 입원했을 때 왼쪽 어딘가 혈전이 뭉쳐있는 병력을 뒤늦게 파악했던지 주삿바늘을 다른 쪽에 꽂자는 간호사와 한참 실랑이 중이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리는 온갖 소리가 6인실 병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간이침대에 머리를 뉘인 아내를 잠깐 보고 베개를 정리했다. 그렇지 여기 병원이었지.



두시까지 입원 수속 안내 문자를 받아 좀 여유 있게 도착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오픈한 식당이 별로 없어 근처 상가에서 돈가스로 점심을 해결하고, 폴 바셋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날씨는 유독 왜 그리 좋은지 입원하기 아까울 정도였다. 병이라는 게 사람의 행동양식에 따른 게 아닐까 하고 앞으로 우리 가족은 어떻게 운동을 생활화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시험기간이 되면 뉴스도 재밌게 보는 시험기간 학생처럼 무언가 제약이 걸리고 나서야 기존의 것이 소중한 걸 느끼는 건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단순한 명제를 다시금 느끼고 캐리어를 끌고 병원 정문으로 향했다.


생애 첫 입원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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