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동료로,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그는 벌써 몇 주 전부터 병상에 누워 있었다. 불치병이라고들 했다. 그동안 이반 일리치의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그가 사망할 경우 알렉세예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알렉세예프의 자리는 빈니코프나 시타벨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세베크의 집무실에 모여 있던 신사들이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전해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자신과 지인들의 인사인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것이었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열린 책들, P. 10
«그래, 게라심. 좀 어떤가?» 표트르 이바노비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물었다. «슬프지?» «다 하나님의 뜻이지요. 우리도 결국은 모두 그곳에 갈 텐데요. 뭐.» 게라심은 농부다운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말했다. 그는 바쁘게 일하는 데 이골이 난 사람답게 활기차게 문을 열어젖히고 큰 소리로 마부를 불러 표트르 이바노비치를 마차에 태운 다음 아직 할 일이 많다는 듯이 휙 돌아서 현관 계단 쪽으로 뛰어갔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열린 책들, P.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