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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갑낫을 Jan 19. 2022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간다.

시는 시다.

남편만 시댁에 다녀왔던 명절이 지나고 어머님 생신 날, 우리는 다 같이 만났다. 몇 달 만에 식당에서 만난 우리 모두는 조금씩 어색했지만 서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어머니는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나를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이게 어머님식 화해의 제스처라는 걸 안다.


서운한 이야기를 꺼내셨다가도 "아니야 이런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지."라고 하시며, 우리가 싫어하는 말은 최대한 안 하시려고 노력하셨다. 그렇게 작은 배려에 마음이 녹는다. 나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맥주를 파는 곳으로 2차 장소를 열심히 찾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점점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어머니도 더 이상 며느리에게 무언갈 바라지 않으셨고, 나 역시 자발적으로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우리 셋은 워터파크로 여름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여행은 무척 즐거웠다.


시누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어머니가 바빠지신 것도 일부 우리 부부에게 관심과 기대가 덜해진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치만 요즘 어머니는 "며느리가 됐으면 안부 전화를 꼬박꼬박 해야지!"라는 강요 대신, "내일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는데 전화로 엄마 안부 좀 챙겨주면 좋겠어."라며 부탁을 하신다.


이런 부탁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들어 드릴 수 있다. 꼭 들어드리고 싶어서 어머니가 친구분들 만나시는 시간에 맞추어 먼저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는 도레미파솔톤으로 전화를 받으셨다.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셨던 며느리의 안부전화다. 결혼한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여전히 가끔 어머니는 과격하게 말씀하실 때도 있고, 듣기 싫은 잔소리, 서운한 감정에 대한 푸념을 하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며느리가 응당 그래야 한다거나, 니네 엄마라는 말은 하지 않으신다. 사돈어른, 어머님, 미안해.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더 많이 하신다.


나도 어머니의 진심과 노력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어머니가 하신 말들로 쉽게 화가 나거나 남편을 들들 볶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중간에서 남편이 노력하는 부분도 많지만 이젠 시댁을 다녀오는 길에, 다녀와서도 남편과 싸우는 일은 없다. 이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벌써 또 명절이 다가온다. 작년 명절에 남편을 혼자 시댁에 보내고 내가 빌었던 소원은 "부디 앞으로의 모든 명절에는 모두 웃으며 만나게 해 주세요!" 였는데 우리 조상님들이 내 소원을 들어주시려는가 보다. 어찌 보면 정말 힘겨웠고 유난스러웠던 시간이었는데 그 결말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전국 며느리 연대의 많은 동지분들, 명절이 다가올수록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내의 우주 대폭발을 걱정하는 남편분들도 이번 명절에는 부디 평안하기를 바라본다.   


마치며..

(1) 감정이 상하는 부분에 대해서 서로 매우 매우 상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남자들은 그게 왜 화날 일이냐?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글을 써서 교환해보면 감정적인 싸움이 줄어든다.

(2) 각 구마다 진행하고 있는 가정상담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최대한 활용한다. 무료로 10회 이상의 대면/비대면 상담이 가능하다. 부부 성향 검사를 통해 잘 싸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3) 시댁에서 요구하는 부정적인 시그널에 반응하기보다 (시댁에서 안부전화를 강요한다고 참고 전화드리다 폭발하는 것보다) 부탁이나 제안과 같은 긍정적 시그널에 좋은 피드백으로 보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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