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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은

이런 건지도 모른다.

by 비갑낫을



어쩌면 행복은 이런 건지도 모른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



에릭 와이너, 행복의 지도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무나도 내 얘기 같아서 대학 시절부터 마음 한 구석에 지니고 살던 문장이다.


나는 늘 어딘가에 소속되고 나면,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갔다. 그래서 대학교 때에는 학교 생활보다 대외 활동에 열을 올렸고, ( 업종 불문 35개 대외 활동 참여 )


한창 취업해야 할 때, 글로벌 청년 창업 활성화 사업에 참여해 상해에 머물렀으며 직장 생활을 하는 13여 년 간 두 번의 이직을 하면서도 늘 다른 삶을 꿈꿔왔다.


늘 어딘가 다른 곳에서,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가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살아왔지만 언젠간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날 영화 2024, Here 짤을 보고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나의 50살 생일을 상상해 보았다. 이대로 살다간 나 역시 로빈 라이트 언냐처럼 울고불고 할 게 뻔했다.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결혼만 하면, 사회적 기준을 따라가는데 급급했지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졸업을 앞두고 취업 걱정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인턴십도 여러 번 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나 : 근데 눈물 콧물 흘리며 12년을 죽어라 공부해서 서울대 졸업하고, 아깝진 않아요? 다들 K-직장인이 꿈은 아니었을거잖아요...


( 담담한 그녀의 표정 )


후배 : 맞아요. 제 친구들 보면 악착 같이 대기업 들어갔는데 10개월도 못 채우고 나오는 애들도 많아요. 내가 서울대 나와서 이거 맞아? ㅎㅎ 이러면서요.


근데 다른 방법이 딱히 없잖아요. 로스쿨? 아무튼 다른 방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좋은 학교에 오긴 했지만 다음은 취업이니까 그거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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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내 머리를 스쳐간 건 이 치킨트리였다.


나는 문과 상경계열 출신으로 한 때는 포춘지(Fortune)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100인에 올라 인터뷰하는 꿈을 꾸곤 했지만


지금은 치킨트리에 모터 달린 상황이고, 그건 앞길 창창한 이 명문대생도 마찬가지라니! 심지어 이제는 치킨집도 통하지 않는 AI 시대에 살고 있지 아니한가.


갑자기 이 치킨트리를 예측 불가한 형태로 바꾸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그럴려면 일단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전파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극적인 성공팔이 콘텐츠, N잡으로 월천벌기, AI 자동화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을 교묘하게 이용해 가스라이팅하는 이야기 말고


진짜 용기 내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다른 길을 가는,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삶의 방식과 각기 다른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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