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은 빠르게
내 머리 속에 있던 생각들을 이젠 진짜 글로 써봐야지, 결심하게 된 날. 또 결심만 하고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이 친구의 스토리가 떴다.
대략적인 내용은 5년 전에 퇴사했을 때 느꼈던 감정들, 긴 시간 위기를 극복하며 느낀 소회였는데 갑자기 누가 내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패는 느낌이 왔다.
“너 또 말만 나불거리고 전혀 행동할 생각 없네?”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현철에게 DM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현철은 대학생 때 친했던 동기를 통해 만난 그야말로 친구의 친구였으며, 그때 페이스북 팔로우를 했을 뿐 개인적인 연락도 안 하는 사이였다.
근데 14년 만에 DM을 보내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뜬금없는 연락에도 현철은 누구보다 흔쾌히 나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 날 이후 나는 거절을 두려워할새 없이 인터뷰이를 찾아 연락을 돌렸다. 그날 나의 부탁을 들어준 현철 덕분에 시작할 용기를 얻었고, 훗날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인터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로리 :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현철 : 스타트업 코파운더이자 C레벨로 일하고 있습니다.
로리 : 인터뷰를 제안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현철 :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나눠주자
로리 : 과거 직장생활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현철 : 광고회사를 다녔습니다.
로리 : 직장생활 중에 가장 견디기 힘든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현철 : 비합리적인 의사결정.PT기획서를 다 내가 썼는데, 내가 막내라는 이유로 PT준비회의에는 참석을 못하게 한다든지.
로리 : “퇴사”를 하고 다른 길을 간다는 결정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 사건이 있었는지?
현철 : 결혼을 하고,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와이프한테 민폐끼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다녀야지 생각하다,
하루는 너무 마음이 곪아서 와이프 앞에서 울음이터졌는데, 자기가 1년정도는 먹여 살릴 테니 퇴사하고 아무거나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쉬어도 된다고. 그 말이 너무 고마웠고, 또 용기를 받아서 퇴사를 질렀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결혼하고 남편은 총 3번의 퇴사를 했는데, 우여곡절을 겪었던 시절이 떠올라 울컥했다.
사실 나는 당시 남편을 모질게 닥달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내가 더 안달이 났었다.
근데 내가 먹여 살릴 테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응원해주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다시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진정한 사랑은 이런거구나 느낀다.
로리 : “퇴사”하고 나니까 가장 좋은 점과 가장 힘든 점은?
현철 :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맞다는 판단 하에 하는 일이라 몰입도가 훨씬 좋아요. 힘든 점은 이제 믿을 게 회사나 동료가 아니라 나 스스로 밖에 없어요.
로리 : 다른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해줄 말은?
현철 : 고민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고민이 길어진다고 해서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고, 하나라도 행동을 해봐야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합니다.
페이스북 대표인 마크 주커버그도 누군가 과거의 자신에게 이정도 규모의 인원과 이정도 매출의 회사를 어떻게 만들거냐고 물어본다면 자기도 모른다고 대답했을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로리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현철 : 마음 먹은 게 있다면 일단 질러보고 실행해보자. 생각보다 큰 일 안 난다. 다 누군가가 버텼던 일이고
했던 일이다.
나 역시 자기돌봄휴직을 하고 쿠알라룸푸르에 머물면서 정말 원없이 하고 싶은 도전들은 모두 시도해봤다. 마음 먹은 걸 무조건 질러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큰 일은 안나더라. 현철의 말은 정말이었다.
용기있게 두드리고 도전할 때마다 좋은 기회들이 생겼고, 그 기회는 또 다른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나니 세상 사는게 재미있어 졌다.
월급이 없다는게 때때로 불안하고 두렵지만 이제 더 이상 월요일 존나 싫다 오지 마라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의 월화수목금토일 모두가 아까울만큼 애틋하고 하루 하루가 소중해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