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살았으면
내가 두 번째 회사를 다닐 때의 일이다. 우리 회사 바로 맞은편에 있는 패션 회사와 신규 회원 유입을 위한 딜을 만든 적이 있다.
그때 첫 미팅에서 만난 한 여인과 나는 업무 얘기부터 창업, 사업 등등 각종 아이디어가 폭발하며 서로의 캐릭터를 빠르게 파악했고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 건, 당시 나의 남자친구 (현 남편)가 다니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현장에서였다. 내 남편에게 커피를 건네고 있는 그녀…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요술밍키님의 오래된 여자친구였고, (지금은 이 둘도 부부) 요술밍키님과 내 남편은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 넷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이제는 정말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 부부는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고,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기도 했으며 둘 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부딪혀보고, 실행하는 부부라 사업, 창업, 직장 생활을 넘나드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3개의 스타트업 코파운딩 멤버로 커리어를 다져온 요술밍키님이 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곤 바로 연락했다.
로리 :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요술밍키 :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초기 브랜드나 비즈니스 대상으로 전략운영과 마케팅을 컨설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들여오고 싶은 해외 브랜드가 있어서 해외 브랜드 컨택 중에 있고 해외 유저를 대상으로 앱 서비스 하나 퀵하게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로리 : 직장생활 중에 가장 견디기 힘든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요술밍키 : 아무리 100% 이상의 인풋을 쏟아도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었습니다. 1인 1팀으로 커머스와 앱을 기획하고 외주사와 개발한 경험이 있었는데
기획도 처음이었고 외주사와 함께 개발하는 것도 처음이라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생각처럼 나오지 않아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로리 :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떤 “계기”로, “용기”내서 “퇴사”하기로 결심하셨나요?
요술밍키 : 5년 다닌 첫 직장을 그만둔 계기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하다가 우연히 시계를 봤는데 오후 4시였습니다.
나는 한 게 없는데 왜 시간을 벌써 이만큼이나 흘렀을까 생각하며 지난 4년 이상의 시간도 내가 전문가로서 성장하기보다는 그저 주어진 일만 하다 시간이 부쩍 흘렀다는 생각에 바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로리 : “퇴사”를 하고 다른 길을 간다는 결정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람, 사건이 있었는지?
요술밍키 : 퇴사 당시 부서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들이 일도 잘하고 센스도 넘치고 후배로서 존경했었지만 생각보다 회사에서 쉽게 인정받지 못하기도 하였고
선배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과 더 큰 미래를 그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역량과 회사 내 목표 달성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로리 : “퇴사”하고 나니까 가장 좋은 점과 가장 힘든 점은?
요술밍키 : 좋은 점은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손님이 드문 평일 낮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며 영감을 채울 수 있다는 점.
가장 힘든 점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해 이따금씩 조여 오는 압박감?
로리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가치관은?
요술밍키 : 재미! 재미없으면 오래 할 수 없고 힘든 상황에서 버틸 수 없음. 무조건 재미있는 것 하기! 또는 재미있게 하기. 지루한 건 눈곱만큼도 하기 싫다.
로리 : 지금 하는 일이 잘 안 될 경우, 다음 스텝으로 고민하는 것은?
요술밍키 : 안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은 고민하지 않는다. 고민은 안되었을 때 하면 된다.
로리 :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요술밍키 : 직장인이라는 것 자체가 용기가 없다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건 별로 인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 사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하는 대로 그냥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 6개월간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물면서 가장 좋았던 건 인스타그램을 봐도 더 이상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나보다 연봉이 높은가? 나보다 입지가 좋은 부동산을 소유했나? 나는 없는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나? 무슨 일을 하길래 저런 차를 타지?
하등 나의 삶과는 쓸모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비교해 왔던 삶에서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자유로워지는 일인지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세상에는 정말 무수히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실제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우리 사회에 알리고 싶어졌다.
나만의 재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즐기며 사는데 집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그런 사회가 오기를 바라본다.